<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32);SFX 영화

 SFX란 특수효과(special effects)의 약자로 영화용어다. 철자가 비슷해서 SF와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SF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 즉 원래 문학의 한 장르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SF영화라면 거의 예외 없이 특수효과를 쓰게 마련이므로 자연스럽게 「SFX=SF」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 두 용어는 분명히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SFX의 발달사는 좁은 의미에서 영화 기술의 발달을, 그리고 넓게는 과학기술의 발전상을 그대로 반영해왔다. 1895년에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의 활동사진을 발명한 이래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1백여년 동안 영화의 SFX 기술은 아날로그, 즉 수공업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컴퓨터 관련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면서 SFX에도 컴퓨터그래픽(CG)이 대거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CG하면 흔히 「터미네이터Ⅱ」나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현란한 그래픽 화면을 연상하게 되지만 사실 CG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스턴트맨이 위험한 연기를 직접 해야 했던 장면도 지금은 안전하게 촬영을 마치고 나서 CG로 수정작업을 한다.

 다 로빈슨이라는 인물은 80년대까지 할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스턴트맨이었는데 그만 촬영 도중에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는 오늘날처럼 번지점프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곤 하는 위험한 연기를 실연했다. 그럴 경우 발에 매단 줄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야 하므로 아주 가느다란 피아노 줄 같은 것을 사용했고 또 밑에 그물이나 쿠션 같은 것도 두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비슷한 장면을 찍을 경우 충분히 안전을 고려해서 튼튼하고 굵은 줄을 사용하고 있으며 바닥에도 넓게 보호 쿠션을 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트루라이즈」를 보면 그가 해리어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며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아놀드가 조종석 세트에 앉은 부분만 따로 찍어서 날아가는 전투기와 합성한 것이다(사실은 조종석 세트에 앉은 사람도 다른 스턴트맨이고 아놀드의 얼굴만 촬영해서 CG로 갖다 붙인 것이라고 한다).

 공룡처럼 거대한 괴물을 촬영할 때 예전에는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했다. 인형을 만들어서 조금씩 움직여가며 정지동작을 연속 촬영해 이어 붙이는 것이다. 1933년에 만들어진 고전 걸작 「킹콩」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기계공학과 전자 제어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늘날에는 스톱모션 기법 대신 모형이나 인형이 실제로 동작하는 방법을 쓰게 됐다. 이렇게 인형 속에 기계적 작동 메커니즘을 넣어 움직이는 기술을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라고 한다. 「쥬라기공원」에서 알을 까고 나오는 새끼 공룡은 CG가 아니라 바로 이 방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CG가 계속 발달하면서 영화사에는 전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에 흑백으로 촬영됐던 작품들에 컴퓨터로 색상을 입혀 새로이 출시되고 있고(「지상 최대의 작전」(63), 「바디스내처」(56) 등) 또 역사적 기록 필름들이 CG로 조작되는 경우도 있다(「포레스트 검프」 등). 이처럼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기록까지 완벽하게 조작해낼 경우 그 파장은 바람직한 것 못지 않게 증거 조작 등 부정적인 효과도 클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상매체 자체도 근본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즉, 이제까지는 TV나 영화를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하이퍼텍스트 개념이 도입돼 매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등장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영화의 일정 시점에서 감상자가 줄거리의 진행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과학기술은 21세기에 영상매체의 일대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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