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5)

 여비서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때 사장실 문이 열리면서 손님으로 보이는 노인과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나왔다. 사장이 문밖까지 따라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손님은 중요한 사람일 것이다. 여비서와 우리는 일어섰다. 특히 선배 배용정이 부동자세로 서면서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 최 사장은 손님을 복도에 있는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왔다. 그는 말 그대로 뚱뚱했다. 키가 작은 데다 몸집이 비만해서 걸어가는 것이 마치 공이 굴러가는 느낌을 주었다. 나갈 때는 시선조차 주지 않던 그가 배용정과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이 젊은이가 그대가 추천한 후배인가?』

 『예, 그렇습니다.』

 『컴퓨터 천재라고 하던 사람인가?』

 『예, 그렇습니다.』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나에게 그런 말을 퍼뜨린 배용정의 생각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가 만지던 컴퓨터를 만지면서 흉내를 낸 것이 그의 눈에는 천재로 비쳐진 것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컴퓨터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동네에 들어온 이상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천재 소리는 못 듣더라도 엔지니어 소리는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들어와.』

 배용정이 앞서 들어가려고 하자 사장이 힐끗 돌아보면서 말했다.

 『자네 말고, 새로 온 친구 말이야.』

 배용정이 머쓱해 하면서 옆으로 길을 비켰다. 나는 최 사장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로 바싹 따라 들어갈 때 그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걷는 데도 힘이 드는 인상을 주었다.

 『회사 이름을 무엇으로 바꾼다지? 그거 고민인데.』

 사장은 무엇인가 걱정이 된다는 듯 중얼거리면서 소파에 앉았다. 나는 그의 앞에 가서 섰다. 그는 허성규 실장과는 달리 키작은 콤플렉스가 없는지 나를 그대로 세워놓고 말했다.

 『목포가 집이라고 했나?』

 『예.』

 『나는 목포하면 유달산과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가 떠오르지. 이제 상고를 졸업했는가?』

 『예.』

 그는 대머리로 내려온 한가닥의 머리카락을 걷어올리면서 물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