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이기적인 외화낭비 줄이자

 97년 말 IMF상황이 도래해 보유외환 부족 위기로 달러 대 원화 환율이 9백원대에서 1천6백원대 이상으로까지 수직상승, 국가적 부도사태가 우려되면서 온나라가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언론이나 수출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환율급등이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호전시켜 수출이 증대돼 외환보유액을 다시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 올 1·4분기 동안에는 수출이 기대치 이상으로 증대됐다.

 그러나 2·4분기 들어서는 수출이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급기야 8월에는 전년보다 수출이 감소하는 사태로 이어져 국가적 위기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 수출물량은 전년도와 비교해 증가했음에도 판가하락으로 달러기준 전체 수출금액은 감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태가 이렇게 어려워진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원화환율 상승에 따른 바이어들의 가격인하 요구와 국내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시장가격이 10∼25% 정도 인하된 점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곧바로 달러 수출액의 감소로 나타나 전체적인 수출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내수시장 침체로 남는 물량을 해외 수출증대로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존 국내 경쟁업체가 애써서 개척해놓은 바이어에게 저가공세를 펴 거래처를 빼앗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거래처를 바꾸지도 못하면서 기존 공급업체의 공급가격 하락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 국산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환율이 1천5백원대에 달했을 때 거둘 수 있었던 환차익을 고스란히 바이어들에게 내주고 있다. 시장가격이란 한번 내려가면 다시 오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환율이 1천2백원대로 진입하면 국산 제품의 수출 채산성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의 한 시장에서 한국의 가전 3사가 가전시장을 85% 이상 주도하고 있는데 그곳의 한 관계자로부터 『한국 업체들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면서도 판매가격을 계속 내리면서 싸우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식의 판가인하로 인한 수출가격의 감소가 5∼10% 정도 된다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감소금액은 50∼1백억달러 정도가 될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이기적인 외화낭비」이고 「국가 순수익의 감소」라고 말하고 싶다.

 IMF상황에서 50억달러면 얼마나 큰 돈인가. 상당히 많은 회사들을 회생시킬 수 있는 거액이다. 현재 우리가 50억달러를 빌리려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든 사람들이 다 느끼고 있을 정도다.

 국내 업체들이 지금처럼 해외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힘을 모아 세계적인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증대시켜 나가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우전자 이사>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