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의료정보서비스의 대중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검색엔진 심마니에 「인터넷 and 병원」을 입력하면 48군데 가상병원을 찾아준다. 키워드를 「사이버 and 병원」으로 고치면 대부분의 한글 검색엔진이 1천개 이상의 URL을 쏟아낸다.
이들 인터넷 의료정보사이트는 3가지 종류로 대별된다. 우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실천하려는 의사나 학술단체, 의학동호회가 개설해 놓은 순수 정보사이트. 이 경우엔 현란한 그래픽이나 배너 광고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홈페이지가 텍스트 위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두번째는 말 그대로 가상공간에 문을 여는 사이버 호스피털. 유료사이트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시범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이 많아 그만큼 콘텐츠도 풍부하다. 특히 전자메일로 의료상담을 신청할 경우 가장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ID와 몇가지 개인정보만 제공하면 기본적인 수준의 사이버 진료가 가능한 셈이다.
인터넷 마케팅 차원의 병원 홍보사이트도 많다. 단독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종합병원이 늘어나는가 하면, 개인병원들은 지역별 또는 진료과목별로 사이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정보서비스업체가 입주를 희망하는 병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홈페이지를 꾸며준다. 「우리 집 근처에 어떤 병원이 있고 진료과목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네티즌들을 위한 추천 사이트들. 요즘엔 예약을 해주는 곳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어떠한 성격의 사이트든 무료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네티즌들에겐 반가운 일. 한밤중에도 문을 여는 사이버 병원에 가면 의학계의 핫 이슈부터 관련기사 모음까지 의학상식을 넓힐 수 있다. 「술과 건강」 「비아그라의 효능」 따위의 심심풀이 읽을 거리도 널려 있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백혈병 화학요법」이나 「협심증의 최신 치료법」 같은 논문도 구할 수 있다. 또 전자메일 의료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엔 친절한 「우리집 주치의」를 한 사람 알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의료정보서비스가 쏟아지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네트워크의 개방성 때문에 엉터리 정보를 걸러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8월엔 사이버 커뮤니티 성격으로 홍보사이트를 개설한 병원 40군데에 『인터넷 과장광고를 자진 삭제하지 않을 경우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 하겠다』는 K구청의 공문이 전달돼 파문이 일어난 적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인천에 사는 말기암 환자가 의료정보사이트 「○○클리닉」을 통해 강남 소재 M한의원을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환자는 암을 고친다는 인터넷 홍보문구와 달리 치료에 진전이 없자 한국소비자연맹 인천지부의 도움으로 K경찰서에 이 병원을 고발했다. 결국 과대광고를 금지한 의료법 46조 1항 위반이 인정돼 M한의원이 1개월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관할구청은 인터넷에 홍보사이트를 운영중인 병원 40군데에 경고성 공문을 띄웠고 이에 따라 일부 사이버 의료정보사이트들이 패쇄되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러한 문제가 의료정보 대중화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경직된 현행 의료법이 오히려 원격진료서비스시대 개막의 걸림돌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의료법은 「담당 의료인의 성명, 진료과목, 진료시간, 의료기관의 명칭과 소재지」 등 기본적인 텍스트 정보 제공만 허용하고 있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대부분의 가상병원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의료정보사이트 「코리아베스트닥터」를 운영중인 진풍개씨는 『유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21세기 보건의료발전 종합계획」에 따라 올 연말까지 법 시안을 마련해 내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보건의료기본법(가칭) 및 기존 의료법 개정 작업에 인터넷 의학정보서비스 관련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논쟁의 소지는 남아 있지만 『의료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든 현실세계에서든 원칙적으로 정부의 규제보다 환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인터넷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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