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휴대폰의 경량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지난 7월 교세라가 개발하고 일본이동통신(IDC)에서 판매를 개시한 무게 69g짜리 디지털 휴대폰의 등장으로 「감량경쟁」은 한 체급을 더 낮춰 열기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지난해 7월에서 올 6월까지 1년간은 휴대폰의 경량화 경쟁이 80g 전후에서 벌어졌다.
이미 경쟁업체들은 교세라의 신기록 「69g」을 당면 목표로 70g 전후의 휴대폰 개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가을부터 연말에 나오는 신제품의 주류는 70g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휴대폰 제조업체는 『이젠 한계』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경량화 연구에 매달려 무게를 계속 줄여온 게 사실이다. 이런 업체들에 69g은 역시 통과점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기록 갱신」만이 지상과제인 것이다.
업체들이 이처럼 휴대폰 경량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가벼울수록 잘 팔리기 때문. 한 예로 지난 96년 10월 NTT이동통신망(NTT도코모)이 마쓰시타통신공업과 공동 개발한 93g의 전화기를 내놓았을 때 그 출하대수는 단숨에 도코모 전체의 50∼60%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가벼운 1백23g짜리 휴대전화는 점유율이 30∼40%, 세번째(1백60g)와 네번째(1백70g)는 합쳐도 점유율이 10%에 못미쳤다.
지난해에도 경량 제품은 인기를 끌었다. 데이터퀘스트가 실시한 일본 국내 휴대폰 출하대수 점유율 조사에서 80g 전후의 경량 제품을 내놓은 마쓰시타통신공업과 NEC, 후지쯔 등은 모두 상위그룹에 올랐다.
「가벼우면 잘 팔린다」는 이러한 시장특성을 배경으로 경량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량화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휴대폰 무게가 어디까지 내려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현행 경량화 기술을 감안할 때 내년 말까지는 50g대 제품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휴대폰에서 1g 단위로 무게를 낮출 수 있는 부품으로는 현재 전지, 외장 케이스, 프린트 배선기판(PCB)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전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약 30%, 20%, 20%다.
비중이 가장 큰 전지에서는 우선 중량에너지밀도를 개선함으로써 경량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
현재 휴대전화기에 채용돼 있는 전지의 경우 보통 중량에너지밀도가 1백20Wh/㎏ 정도인데, 전극재료·외장캔 등의 구성물질을 대체해 경량화를 실현할 수 있다. 내년도 5%(1g) 정도의 개선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지 무게를 줄이는 데는 파워앰프의 고효율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통화시 소비전력은 대부분 전파송신에 사용되는데, 전파를 송출하는 파워앰프의 효율이 높으면 그만큼 용량이 작고 가벼운 전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앰프의 효율은 내년에 전년비 약 10%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중량에너지밀도와 파워앰프 향상효과로 내년도 전지 무게는 대략 3g 줄일 수 있게 된다.
PCB에서는 탑재하는 부품의 실장면적을 줄이거나 박형화하는 방법으로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는데, 내년에는 전년비 약 20%(3g)의 경량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실장면적의 경우 수정발진기 등 고주파부품의 소형화 진전과 디지털 처리부의 고집적화에 의한 패키지 소형화 등으로 10% 정도 줄일 수 있다. 박형화는 층수를 줄이거나 층의 두께를 얇게 함으로써 역시 10%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외장 케이스에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새 물질로 마그네슘(Mg)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가 높은 Mg을 사용하면 외장 케이스의 두께를 얇게 할 수 있기 때문인데, 1∼2g의 경량화 효과가 기대된다.
또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액정패널의 경우도 보호막으로 사용하는 유리기판을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체할 경우 2g 정도 가볍게 할 수 있다.
이 플라스틱 필름은 지금까지는 안정적인 공급이 원활히 이루이지지 않아 켄우드만이 채용해 왔는데, 내년 봄 이후는 NEC 등 다른 업체들도 적극 사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나머지 부품에서도 소형·경량 부품의 실장을 통해 전체적으로 약 1g 정도의 경량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휴대폰 전체로 10∼11g이 줄어 59g 정도의 제품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휴대폰 무게를 50g대 밑으로 더 줄이는 것에 대해선 상당수 업체들이 『경량화 정도가 지나친 게 아니냐』며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선 『소형·경량화는 휴대폰의 기본』이라며 경량화에 매달릴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경량화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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