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 국내외 사업강화 의미

삼보컴퓨터가 최근 국내는 물로 해외 PC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시행에 나서면서 국내외 PC업계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대부분의 국내 PC 제조업체들이 최근 IMF 한파와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국내와 해외사업 축소를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군살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이런 활발한 움직임은 국내외 관련업계, 증권 분석가들의 호평과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삼보컴퓨터의 장래에 청신호를 울리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도는 곧 긴장감으로 발전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코리아데이타시스템(KDS)과 공동으로 미국에 별도법인 형태로 「e머신즈」라는 회사를 설립, 5백달러 이하의 초저가 PC(가칭 모델명 e타워)를 생산해 내년 봄부터 미국시장 시판을 계기로 세계 저가 PC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일본·유럽 시장에도 수출을 단행해 세계 저가 PC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e머신스사가 다음달 중순에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공급을 추진할 저가PC는 사이릭스 2백66㎒ 프로세서를 비롯해 2GB HDD, 3D 그래픽카드, 56Kbps 모뎀 등을 장착하면서도 가격이 3백99달러로 1백달러만 추가로 지불하면 모니터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초저가 제품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동일한 사양에 인텔사의 3백㎒의 셀러론 칩을 탑재한 4백99달러 제품도 발표하기로 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킨토시 「i맥」과 유사한 일체형 PC를 발표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가 내년 상반기부터 시판에 들어갈 저가 PC제품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는 기존 저가PC에 비해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을 들으면서 미국 PC업계는 물론 현지언론과 증시분석가들에게서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뉴스 업체인 C넷은 이 제품에 대해 기존 미국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PC(모델명 파워스펙 1810)와 가격은 비슷하면서도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파이퍼 제프레이사의 한 증권관계자는 『삼보컴퓨터가 내년에 출시할 저가PC 가운데 일체형 제품의 경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컴퓨터의 i맥과 디자인이 비슷하면서도 i맥 판매가인 1천3백달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책정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보컴퓨터측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삼보컴퓨터의 저가PC 사업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저가PC와 관련, 철저한 보안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미국 현지언론을 통해 오피스맥스·프라이스일렉트로닉스·베스트바이 등 대형 컴퓨터 유통업체와 수천억원 규모의 제품 공급계약 체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미국에서 현지 컴퓨터 유통업체와 제품공급 계약을 추진했던 삼보컴퓨터의 수출담당 정철 부사장은 당초 지난 28일 급거 귀국해 저가 PC사업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일본 유통업체에서 제품 공급계약 제의를 받고 기자간담회를 이달로 연기하면서까지 일본으로 발길을 옮겼다. 삼보컴퓨터 한 관계자는 『저가 PC사업에 대해 해외 현지반응이 의외로 높은 데 놀랐다』며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저가PC로 세계시장 공략을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삼보컴퓨터의 위상이 한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가 해외에서 저가 PC사업에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는 동안 국내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영국의 축구복권 발매업체인 타이거플러스사와 월드컵복권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재 3백30여개의 대리점을 내년 상반기까지 5백여개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대리점 모집에 착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들어 프린터사업 부문 매각과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던 삼보컴퓨터의 사업방향이 1백80도로 급선회한 것이어서 관련업계의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 일부 PC업계에서는 궁금증을 넘어서 삼보컴퓨터가 국내시장을 주도해나간다는 조심스런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 성장 가능성에 가장 민감한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보컴퓨터의 이같은 일련의 변화로 주가가 상한가 행진이 지속됐다. 지난 9일 2천9백원이었던 삼보컴퓨터의 주가는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17일에는 6천3백80원으로 1백20%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삼보컴퓨터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보컴퓨터의 새로운 마케팅기법이 움츠러든 경영활동에 활로를 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현재 국내외 PC시장을 변화시킬 변수가 많아 의외로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대성과가 큰 사업일수록 실패에 따른 아픔도 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삼보컴퓨터가 이번에 출시한 저가PC의 가격은 제품수요가 크게 늘어나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이 이루어졌을 경우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삼보컴퓨터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보컴퓨터의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지는 내년 상반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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