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최된 제44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영예의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최웅식 교사(48·전북 군산시 옥구초등학교)는 지난 72년 전주교대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26년째 초등학교 교단을 지키고 있다. 그를 만난 첫인상은 전형적인 「시골 훈장선생님」,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최 교사가 여느 시골 초등학교 훈장과 다른 점은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그동안 서울에서 무수히 많이 만나보았던 「해외유학파」 교육자나 과학자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높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이번 수상은 그동안 시골학교를 전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어떻게 어린 학생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것인가를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높다.
최 교사가 이번에 출품한 연구과제는 「시·청각 및 언어장애인을 위한 전화기 개발에 대한 연구」다.
그가 시제품으로 제출한 전화기시스템을 살펴보면 통화내용을 입력하는 키보드와 점자출력판·LCD모니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키보드로 전하고 싶은 통화내용을 입력하면 이것이 자동으로 점자출력판에 표시될 뿐만 아니라 전화선으로 상대방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은 각각 장애 정도에 따라 점자나 LCD모니터를 통해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화기는 또 휴대가 용이하도록 소형일 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 특별한 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가난한 장애인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전화기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변증남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는 『이 전화기는 초등학교에서 공작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장래에 상용화할 만큼 제품의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최 교사도 『2년 전 부임해온 옥구초등학교가 교육부로부터 「열린교육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받은 것을 계기로 무엇인가 의미있는 연구과제를 한번 수행해 보자는 뜻에서 이 전화기를 개발한 것일 뿐 상용화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 교사는 이에 앞서 2년 전에도 「태양추적발전시스템」을 과학전람회에 출품,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옥구초등학교에 부임하기 전 선유도에 근무하면서 인류가 갖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집열판이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발전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최 교사가 그동안 이러한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얻은 소득은 과학전람회 수상 외에도 많다. 그는 우선 『자연 및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골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설명한다.
최 교사는 또 학생들의 탐구과제 지도에도 큰 관심을 가져 최근 그가 지도한 학생들이 잇따라 과학전람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상급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과학분야에서 특히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때일수록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과학 꿈나무들이 어려서부터 자연 및 과학현상에 대해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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