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허진호)은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한화콘도에서 「21세기 정보대국 건설」을 주제로 워크숍을 가졌다. 이 자리에 모인 학계·업계·정부 관계자들은 정보대국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 정보대국 건설을 위해 선행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IMF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한다는 목표 아래 하드웨어산업, 통신 인프라, 소프트웨어산업 및 사회·문화적 과제 등 각 분야에서 추진 가능한 정보대국의 모습을 하나하나 조망했다. 총괄·분야별 주제발표에 이어 벌어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보대국을 「지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평가시스템이 존재하는 국가」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며 교육은 이를 가장 잘 유도할 수 있는 도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1세기 정보대국 건설」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허진호(아이네트 사장)=최근 정부의 발표로 「정보대국」 건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정보대국은 지식을 가치로 인정하고 지식가치의 증대 및 올바른 사용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국가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짚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식을 정확히 정의하고 이를 국가경쟁력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
△최양희(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정보대국은 국가운영의 중심에 정보가 있으며 많은 정보를 생성·소비하고 정보를 취급하는 노하우가 우수한 국가를 말한다. 이것은 정치·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 적용돼야 한다. 정보 중심의 정치는 정치불신을 일소하고 개인능력을 극대화시킨다. 가치있는 정보의 양산을 위한 전략을 수립, 대량의 지식정보를 생성함으로써 교육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문화정보의 제공 역시 필요하다.
△장영승(나눔기술 사장)=정보대국은 지식 기반의 사회가 가치를 지니고 정보 인프라가 존재하는 사회다. 정보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정보화 전략의 마련이다. 통일성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이 안에서 적절하게 구사되는 전술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전술뿐 아니라 전략까지 바뀌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산업의 시각으로 정보사회를 재단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산업 분야의 경우 그 정도는 심각하다. 지식산업이 올바로 형성되고 이를 통해 정보대국이 건설되도록 새로운 가치관 및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오창호(한신대 경영학과 교수)=정보대국의 골자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치가 이전되고 지식가치가 인정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구성원이 정보생성 능력을 갖출 때 정보대국 건설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생성 과정을 인위적으로 압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대외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또 정보지식은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정보지식이 무한한 외국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옥화(충북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정보대국은 교육의 완성으로부터 나온다. 교육을 통해 가치있는 지식·정보를 생성해낼 수 있는 문화적 소양이 길러진다. 우리는 지식 자체를 가르친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일정한 틀 안에서 토론하고 평가해 가치있는 정보를 만들어 내도록 교육한다. 교육개혁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개혁의 틀 안에서 교육정보화를 효율적으로 추진, 정보대국의 첨병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천세영(충남대 교육학과 교수)=과거 지식은 특정 계층만이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어 교육의 세속화가 이뤄지면서 지식은 더이상 독점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 복제 역시 가능해졌다. 복제는 지식의 유통을 뜻한다. 정보대국의 중추가 될 학생들이 쉽게 지식을 생성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가능한 범위에서 자유방임주의를 견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남희(ETRI 책임연구원)=기술적인 관점이 아니라 정보화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보대국은 정보화 선진국의 모습과 다름 아니다. 세계 속의 정보화 선진국으로 서기 위해서는 정보화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IMF 상황에서도 정보화 연구·개발에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IMF 종료 후에 대비, 정보통신분야를 주력으로 키우는 노력 역시 병행돼야 한다.
△하재구(인포메이션컨설팅 본부장)=정보대국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은 조정자의 부재다. 특히 정부의 경우 상황은 심각하다. 각 부처가 통일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연·혈연·학연 등도 정보·지식의 유통을 가로막는 폐해다. 지식·정보를 나누지 않으려는 태도는 정보대국 건설에 치명적인 해악을 미친다.
△구원모(전자신문 정보생활부장)=정보대국 건설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시장개방 정책도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한 몇몇 인터넷 사이트도 허용하는 여유를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정보·지식을 습득하고 응용·유통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인프라 투자를 우선시하고 정보 소외계층도 정보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요망된다.
〈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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