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A기판업계, 설비증설 "행복한 고민"

 최근들어 밀려드는 주문으로 인해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일명 BGA기판)업계가 생산설비 증설을 놓고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삼성전기·LG전자·심텍 등 국내 주요 BGA용 기판업체들은 하반기들어 물량이 폭주해 전 생산설비를 풀가동하고도 모자라 일부 물량은 밤샘작업을 통해 겨우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기를 비롯해 국내 주요 BGA기판 생산업계가 한달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1천8백만개 남짓한데 국내 BGA패키지업체가 주문하는 BGA기판 수요량은 2천5백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일부 물량은 JCI 등 일본 BGA기판업체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BGA기판 수요가 생산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늘어나자 삼성전기·LG전자·심텍 등 기존 BGA기판업체들은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서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이수전자·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 등 후발업체들도 이 분야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생산설비 확충에 본격 나서지 못하고 시기와 규모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현재 BGA용 기판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언제 다시 생산과잉에 빠질 지 모르고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BGA기판 수요가 공급 능력을 상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본·대만업체들이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공급능력 부족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생산설비 증설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BGA기판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추세도 업계가 생산설비 증설을 주저하는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면·다층기판할 것 없이 BGA기판의 국제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약 40% 떨어졌고 갈수록 인하폭이 커지고 있다는 게 생산업계의 설명이다.

 지금은 일반 다층인쇄회로기판보다 3∼4 배 정도 부가가치가 높으나 생산 수율이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별로 남는 게 없다고 이들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거의 모든 업체들이 신규 설비 투자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축소했고 일부는 집행 시기를 연기했기 때문에 이른 시일내 설비 증설을 추진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반면 앞으로 모든 정보통신기기에 BGA기법을 채택한 인쇄회로기판 장착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웬만한 기술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업체는 이 분야 참여를 엄두도 못내기 때문에 조기에 설비투자 확충에 나서는 것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긍정론을 바탕으로 LG전자는 조만간 현재 생산능력을 월 5백만개에서 연말까지 1천만개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타 국내 BGA기판업체 및 신규업체들도 생산설비 구축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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