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병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게임의 법칙」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감독으로 자리한 장현수 감독의 네번째 영화다. 전작들에서 일관되게 추구해온 액션이라는 장르적 선택을 부분적으로 취하긴 했지만 복고적 정서의 멜로 쪽에 더 무게감을 싣고 있는 영화다.
깡패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답게 액션 신이 극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깡패와 오누이처럼 살아온 한 여자의 운명적인 비극이 관객의 시선을 자극한다. 장현수 감독 스스로도 『액션감독으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싶다』고 얘기했듯이 「남자의 향기」는 『장현수 감독답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가 지닌 섬세한 연출력은 이 통속적 멜로물의 어려움을 그런대로 잘 소화해 낸다.
혁수(김승우 분)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빚지고 도망간 부모대신 데려온 은혜(명세빈 분)를 보고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은혜가 동네깡패들에게 강간을 당하자 혁수는 그들을 초죽음 상태로 만들고, 은혜가 강간당한 사실을 끝까지 숨긴 채 소년원으로 끌려간다.
소년원에서 출감한 날, 은혜와 혁수는 악몽 같은 고향을 등진 채 서울로 올라온다. 혁수는 은혜의 대학 진학을 위해 돈이 필요하자 깡패 조직에 몸담게 되고, 두 사람은 아파트를 얻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뛰어난 실력으로 곧 조직의 보스가 된 혁수는 은혜를 사랑하지만 결코 오누이의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는 대학에 진학한 은혜가 국회의원의 아들이자 검사인 철민(조민기 분)으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게 되자 더욱 혼란에 빠진다.
한편 혁수가 다시 교도소에 수감되자 은혜는 혁수를 석방시켜 주는 조건으로 철민과 결혼한다. 철민은 은혜와 혁수가 오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은혜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하고 이를 견디다 못한 은혜는 남편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다. 혁수는 은혜를 해외로 도피시키고 그녀 대신 죄를 뒤집어 쓴 채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상투적인 최루성 멜로라는 한계는 베스트셀러인 원작이 지닌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영화구성과 캐릭터 설정에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가벼움과 유치함이 영화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불만이 크지만 이것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통속적 영화의 정서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장 감독의 전작처럼 비평계의 호응을 붙잡기엔 역부족인 영화지만 흥행감독으로서의 임무는 「관객의 정서와 타협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현수 감독은 나름대로 원작이 지니는 정서를 살리면서 감성적 영상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주연을 맡은 김승우 역시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가 되는 영화 「깊은 슬픔」보다는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준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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