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컴퓨터 업계가 최근 수요업체들의 잇따른 하드웨어 공급계약 취소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IBM·한국HP·KCC정보통신 등 주요 중대형컴퓨터 공급업체들은 올들어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른 통폐합과 잇따른 부도업체 발생으로 하드웨어 공급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매출실적에 큰 타격을 입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동화은행에서 자사의 주전산기종을 기존 유니시스 기종에서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교체하기로 함에 따라 시스템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은행권 흡수 합병조치로 동화은행이 신한은행에 인수되면서 계약이 취소됐다.
또 한국IBM은 NCR 기종을 주전산시스템으로 사용해온 경기은행이 지난 7월 신계정계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으로 도입, 구축할 예정이었으나 한미은행에 합병되면서 공급계약이 백지화됐다. 이에따라 한국IBM은 이미 시스템 설치작업에 들어간 동화은행을 상대로 시스템설비를 돌려달라며 동산 인도 등에 대한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동화은행의 은행합병 형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적용하는 P&A(자산부채인수)방식이어서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이번 계약취소건으로 최소한 1백억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동서증권이 주전산시스템을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서버로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고성능 유닉스서버기종으로 최종 선정, 도입키로 했으나 지난 상반기 부도처리되면서 공급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됐다.
또한 이 회사는 지난해 롯데그룹이 카드업무를 전담할 업체인 롯데카드(가칭)사를 신설, 50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사의 유닉스서버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올들어 이 카드사 설립이 무산되면서 하드웨어 공급계약이 취소됐다.
KCC정보통신(대표 이상현)도 올들어 고려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의 부도로 이들에 공급하기로 한 유닉스서버 기종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으며, 한국컴팩컴퓨터(대표 강성욱)도 지난해 일부 대리점들의 부도에 따라 커다란 금융손실을 입은 바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이같은 통폐합과 부도에 따른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의 피해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에 따라 중대형컴퓨터 업체들은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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