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제이텔 신동훈 사장

 『2년 안에 개인휴대단말기(PDA)분야의 토털솔루션을 갖춘 세계 정상급 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제이텔의 목표입니다. 오는 11월말 상품화를 앞둔 「셀빅(CellVic)」은 국내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첫번째 작품인 셈이죠.』

 최근 19만8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국산 PDA 「셀빅」을 개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제이텔 신동훈 사장은 이 제품의 성공을 장담한다.

 이미 공개된 「셀빅」의 사양은 PDA의 대명사격인 스리콤의 팜Ⅲ와 비교할 때 기능은 동급에 무게는 오히려 20g을 줄였고 값은 무려 3분의 1 수준. 그러나 신 사장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셀빅」으로 입증된 제이텔의 기술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소수 정예의 엔지니어들을 이끌고 벤처업체를 창업해 대기업은 물론 PDA업계의 대부 스리콤사조차 실패한 국내 PDA시장에 다시 문을 두드린 「도전의식」이 더 눈길을 끈다.

 사실 IMF로 비틀거리는 국내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기능으로 무장한 PDA라도 시장개척이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팜파일럿시리즈의 한국시장 공략실패로 의기소침해진 스리콤사는 최근 주력모델 팜Ⅲ 출시를 포기했다. 윈도CE를 탑재한 핸드헬드PC 계열의 「모빌리안2」를 내놓았던 LG전자나 PDA 출시 자체를 재검토 중인 삼성전자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신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핸드헬드PC·팜PC 계열의 PDA는 윈도CE를 탑재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 세계적 히트상품인 팜파일럿은 한글 지원 문제가 걸림돌이었고요. 하지만 셀빅은 자체 개발한 운용체계(OS)로 고기능 저가격을 실현시켰기 때문에 승산은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알고 보면 제이텔 전직원 10명 중 신 사장을 포함한 6명의 엔지니어가 모두 삼성전자 PDA개발팀 출신으로 시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읽고 있기 때문. 이들은 지난 94년말 삼성전자가 일명 「알프스」로 불렸던 PDA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애플사의 뉴턴보다 가볍고 성능은 훨씬 뛰어난 PDA」를 목표로 함께 고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93년초 애플이 뉴턴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읽고 우리 팀 직원들은 모두 머리를 한대씩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콘셉트를 먼저 생각해 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죠. 만일 전력소모가 좀더 적고 주변기기기능까지 내장된 원칩 프로세서가 나오고 삼성이 자체 개발한 OS를 결합시킬 수 있다면 뉴턴보다 한 수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문제없다는 게 저희 팀의 구상이었습니다. 때마침 기술제휴선인 모토롤러에서 PDA용 CPU 개발에 들어갔고 이듬해 회사측에서 알프스 프로젝트를 맡겼을 땐 모두들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95년 모토롤러가 PDA용 CPU 「드래곤볼」을 발표하자 당시 삼성에 근무했던 신동훈씨 팀은 발빠르게 이를 채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물론 자체 개발한 OS를 탑재한 국내 최초의 PDA였다. 하지만 삼성측이 상품화계획을 취소하면서 이들의 야심작은 빛을 보지 못했다. 얼마 후 무명의 미국 회사였던 팜컴퓨팅사가 드래곤볼을 탑재한 팜파일럿을 2백99달러에 출시해 PDA 대중화시대를 열어 팀원들의 아쉬움은 더 커졌다. 다음해인 96년 MS사가 정보가전용 OS 윈도CE를 발표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은 속속 독자적인 OS 개발 대신 윈도CE 기반의 핸드헬드PC 혹은 팜PC 진영에 합류했고 신동훈씨가 삼성전자를 그만둔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한솔텔레컴으로 옮겨 1년간 인터넷마케팅팀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아키텍처를 채택한 국산 PDA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했죠. 결국 지난해 11월 옛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3억원의 자본금으로 제이텔을 설립하고 셀빅을 만들어낸 겁니다.』

 회사 설립 후 신동훈씨는 비즈니스 플랜을 들고 벤처캐피털과 엔젤들을 찾아다니며 자본금을 10억달러 규모로 불렸다. 그는 셀빅의 출시와 맞물려 올 연말까지 3백만∼5백만달러를 더 유치하고 내년에는 매출을 2백50억원 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년 후엔 코스닥 상장과 함께 세계적인 PDA업체로 부상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과연 그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미국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모델명을 결정한 제이텔의 첫 작품 「셀빅」이 많이 팔린다는 의미의 「SellBig」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신 사장은 기대한다. 그러한 패기와 신생업체다운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찬진·안철수씨에 뒤이어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스타로 떠오를 수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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