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거스너 미국 IBM 회장은 이번 첫 한국방문에서 「경영혁신의 귀재」라는 사실 말고도 「비즈니스의 천재」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거스너 회장은 13일 저녁에 도착한 후 이튿날부터 15일 낮 김포공항을 떠날 때까지 불과 하루 반 동안 무려 70여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IBM의 역점사업 분야인 「e비즈니스」를 설파했다.
특히 거스너 회장이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에 SK(주) 최태원 회장을 만나 10억달러 규모의 아웃소싱(외주) 수주 추진에 합의한 데 이어 대한항공을 방문해 조양호 사장과 연내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 등은 이번 방한 동안 보여준 비즈니스의 백미로 평가된다.
물론 이러한 아웃소싱은 그동안 현지법인인 한국IBM이 추진하고 합의를 이뤄냈지만 IBM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심을 갖고 뛰어듦으로써 대상업체인 SK와 대한항공에 그만큼 신뢰를 더해줬으며 한국IBM의 아웃소싱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거스너 회장은 대신에 그동안 방한한 다른 해외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는 달리 「선물 보따리」쪽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철저하게 IBM이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 역할에 충실하려는 인상을 남겼다.
거스너 회장의 청와대 방문과 때를 맞춰 한국IBM측은 중소기업 리엔지니어링 지원센터에 3년 동안 1백억원 지원,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티볼리 소프트웨어 개발센터의 한국내 설립에 1천5백만달러(2백억원 상당) 투자, 아웃소싱 분야에 2억달러 투입 등 마치 선물보따리를 푸는 듯한 보도자료를 일제히 배포했지만 이날 오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오히려 그는 『아픈 환자 병문안하러 온 게 아니다』며 한국내 투자가 직접적인 방한 목적이 아니라 아시아지역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한국내 주요 고객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주로 한국의 IMF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을 듣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거스너 회장은 기자회견 동안 『올해 12억 달러 정도의 반도체·컴퓨터 관련 제품을 한국에서 구매할 계획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도의 투자계획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IBM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까지 한 한국의 중소기업 리엔지니어링을 위한 지원이나 세계적 수준의 티볼리 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센터의 한국내 설립,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적 투자 방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을 떠나기 전에 SK·대한항공 등과 직접 아웃소싱 계약추진을 논의할 예정이었는데도 한국IBM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종합적인 아웃소싱 능력을 갖추는 데 2∼3년내 2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시장의 아웃소싱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이로 인해 거스너 회장의 입을 빌려 IBM의 대한 투자 지원책을 보도자료화한 한국IBM 관계자들은 크게 당황해 각 언론사에 정정을 요청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번 거스너 회장의 한국방문이 처음인 만큼 IMF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규모 투자 등 일련의 선물보따리를 잔뜩 풀어놓는 홍보전략이 오히려 최고경영자의 핀잔거리가 된 셈이다. 또 거스너 회장의 이같은 대한투자 지원에 대한 함구는 IBM 본사에선 이에 대해 책임성을 갖지 않겠다는 해석을 낳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투자지원 내용이 IBM 본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자가 「자신이 직접 보고받아 추진하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투자지원 계획 자체의 신뢰성에 적지 않은 흠집을 남겼다.
<이윤재.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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