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경련의 5대그룹 구조조정 계획 발표시 반도체 부문 합병이라는 기본 원칙에 합의한 뒤 경영권·지분 등 세부 절차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는 현대와 LG그룹의 후속 협상이 양측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관계자들은 이 문제와 관련, 『상대방이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정도로 예민하게 맞서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양측의 협상 채널 자체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최악의 경우 합병 합의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양측은 서로 『상대방이 합병 협상의 의지조차 없다』고 비난하고 나서는 등 반도체 부문 합병 협상이 그동안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받아온 양그룹간 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갈등은 이미 알려진대로 경영권과 지분 문제 때문이다.
현대그룹측은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하는 방법 이외에는 합병의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LG반도체는 백보를 양보해도 50 대 50 동등지분이 배수진이라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대측의 흡수합병 주장의 바탕에는 전체적인 자산규모나 매출이 LG반도체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LG측 주장대로 공동지분의 별도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합병의 근본 목적인 구조조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LG측은 이같은 현대의 주장이 허위라고 항변한다. 현대측이 주장하는 매출이나 자산규모에는 전장이나 정보통신단말기 등 반도체 이외의 매출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반도체 매출만 따지면 양사가 거의 비슷하거나 LG가 더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LG측은 지난 3일 세계적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미국의 데이터퀘스트가 발표한 최근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오히려 기존의 50 대 50 동일지분안을 철회하고 LG측이 경영권을 갖는 게 순리라고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자료는 「사실상 LG반도체의 반도체 생산량이 현대전자보다 많다. 다만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시장점유율이 현대전자보다 처지는 것은 일본 히타치사에 공급하는 OEM 물량이 제외된 때문이다. 히타치 공급물량을 포함시킬 경우 97년 LG반도체의 메모리 매출은 21억달러로 19억달러의 현대전자를 앞질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룹간 감정 악화는 합병 논의의 당사자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감정싸움으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7일 LG반도체가 1백28M 싱크로너스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하자 현대전자측이 즉각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나 이에 대해 LG반도체가 『기업윤리를 벗어난 행동』이라고 되받아치는 등 양사의 감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처럼 현대와 LG그룹의 반도체 부문 단일회사 설립 협상이 그룹간 갈등구조를 야기시키면서 오히려 답답한 입장에 빠진 것은 합병의 당사자들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다.
무엇보다 그룹간 협상 진척 상황에 대한 정보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운신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협상내용이나 상황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이들은 『우리가 무엇을 알겠느냐』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번 협상이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개별회사의 의중이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하더라도 당사자에게 행동지침 정도는 정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때문에 양사의 직원들은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회사가 상대방보다 훨씬 훌륭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뿐 아니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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