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시장 "먹구름 갠다"

 올들어 국내 가전시장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탁기 시장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가전업체들이 상당히 의아해 하고 있다.

 세탁기의 경우 냉장고나 에어컨 등 다른 제품과 달리 혼수철이 끼어있는 하반기에 성수기를 맞는 제품이기는 하나 올들어 소비심리가 매우 위축돼 있어 하반기에는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어 잘해야 지난해 6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왔으나 지난달 판매량이 IMF한파가 닥치기 이전인 지난해 8월의 70∼8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전자는 지난달 세탁기 판매량이 7월까지의 월평균 판매량보다 4천대 가량 많은 1만7천여대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8월에 비해서는 22% 줄어든 것이나 전년대비 32% 줄었던 지난 상반기의 월평균 판매량에 비해서는 무려 30%나 늘어난 것이다.

 LG전자 역시 지난달에 전달보다 7천대 가량 많은 3만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0% 줄어들었으나 전년동기대비 35% 줄어든 상반기나 48% 줄어든 전달에 비하면 판매실적이 크게 호전됐으며 삼성전자도 8월들어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가전3사는 이같은 현상이 세탁기시장이 회복되는 조짐이 아니냐며 조심스레 기대는 하고 있지만 이처럼 지난달부터 세탁기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이유가 분명치 않아 어리둥절해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특소세가 인하되고 수해를 당한 지역에서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 냉장고를 비롯한 다른 가전제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부분인 데 비해 다른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달에도 판매량이 계속 줄거나 예상보다 5%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쳐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85년에서 87년 사이에 세탁기 판매량이 최고치를 기록, 이에 대한 대체수요가 올해 많이 일어나야 하는데 IMF한파로 인해 묶여있었다』며 『현재로서는 대체수요가 일어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난달 세탁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계기로 그동안 축소일로를 걷던 세탁기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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