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반도체업체, "특허 공세" 강화

 해외 반도체업체들의 국내 반도체업체에 대한 특허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해외 반도체업체들이 반도체 산업사상 최악의 불황기에 직면하면서 한국업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대처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했던 외국업체들이 반도체시장의 악화로 고전하면서 국내 반도체 3사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소송중인 사례가 3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해외 반도체업체들이 D램 폭락의 원인을 국내업체로 돌리고 있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외국업체들의 특허제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의 반도체업체인 지멘스는 올 상반기 메모리사업에만 거의 6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보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LG반도체가 자사의 D램 설계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국 델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지멘스와 동사의 미국현지 법인인 지멘스마이크로닉스가 공동으로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LG반도체는 16M·64MD램의 생산과 설계기술과 관련, 지멘스가 보유한 7건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LG반도체측은 특히 지멘스가 정식으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기 전에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미리 공표한 데 대해 다분히 감정이 섞여있으며 자사 매출부진을 호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맞제소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전자도 지난 5월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 의해 특허 침해혐의로 제소돼 곧바로 맞제소하는 등 특허소송을 진행중이다. 특히 TI는 D램 사업을 마이크론에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소송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전자와 TI는 특허료 지불관계로 몇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특허료를 받으려는 TI측과 자사의 특허로 특허료를 상계하려는 현대전자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맞고소에 이르렀다.

 현대전자측은 『현재 소송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앞으로 1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주력제품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고전력 반도체소자 제품분야에서 특허 침해혐의로 피소돼 지난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전력용 반도체업체인 인터내셔널 렉티파이어(IR)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절연게이트 바이폴러 트랜지스터(IGBT) 제품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법원으로부터 삼성전자의 IGBT 제품 판매 금지 판결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상황이 지난 80년대 일본이 D램 산업에 진출했을 때 미국업체들이 일본에 대해 취했던 형태와 매우 흡사하다』면서 『국내 실상을 외국업체들에 올바르게 알리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크로스 라이선스 등 적극적인 특허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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