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화 "희망" 엿보인다

 한국영화계가 최근의 작품 수 빈곤현상에서 얼마간 벗어날 전망이다. 지난 8월부터 10월 사이에 약 15개 한국영화가 제작·촬영에 들어갔거나 돌입할 예정인데다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이미 제작이 완료된 작품도 15개에 달하는 등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약 30개 작품이 극장에 나올 예정이다.

 올상반기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17편에 그쳤다. 경제한파로 영화제작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 작년 상반기 제작편수인 28편에 비해 크게 위축됐던 것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들은 『제작편수가 줄어들고 스크린쿼터 폐지론이 고개를 드는 등 한국영화가 죽어간다』고 비관했다.

 그러나 상반기 중에 「8월의 크리스마스」 「조용한 가족」 「찜」 「여고괴담」 등이 두드러지는 흥행실적을 보였고, 하반기 들어서도 8월 15일 개봉한 「퇴마록」이 장기흥행할 조짐을 보이는 등 한국영화의 성공타율이 높아지자 의욕적인 제작기획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박광춘 감독의 「퇴마록」을 선봉으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쉬리」와 같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대작영화)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세 영화는 모두 제작비가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인 10억∼15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25억∼30억원에 이른다. 지난 6월 12일 촬영에 들어간 지맥엔터프라이즈의 「건축무한···」(감독 유상욱)은 미스터리 공상과학물로 11월 중순에 개봉된다. 역시 6월초 촬영을 시작한 강제규필름의 「쉬리」(감독 강제규)는 2002년 월드컵을 둘러싼 남·북한 특수요원들의 활약상을 담은 첩보액션물로 내년 신정에 개봉된다. 컴퓨터그래픽(CG) 제작전문업체인 제로원픽처스(건축무한···)와 미디아트(쉬리)가 CG특수효과를 담당해 블록버스터다운 화면을 만들고 있다.

 「파란대문」(감독 김기덕, 제작 부귀영화), 「정사」(이재용, 나인필름), 「처녀들의 저녁식사」(임상수, 우노필름), 「실락원」(장길수, 아트시네마) 등은 추석시즌에 개봉하는 영화들. 기존의 도덕관념이나 관습들을 깨는 파격적인 소재의 애정영화들로 올 가을 한국영화계의 주류를 형성할 태세다. 네 영화 모두 성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시도하고 있어 새로운 사회적 화두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로 정지영 감독이 오는 12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인 「까」도 탤런트 연수생들의 누드파동을 다루고 있어 또 한번의 파격을 선보일 예정이다.

 멜로를 기초로 액션·환상·에로를 복합적으로 담은 영화들도 다수 준비되고 있다. 액션멜로물인 「약속」(감독 김유진, 제작 신씨네)과 「남자의 향기」(장현수, 두앤컴)를 비롯해 연예주간지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간의 사랑을 담은 「키스할까요」(김태균, 태원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작가와 휴가나온 군인과의 사랑이야기인 「미술관 옆 동물원」(이정향, 씨네2000), 운명적인 사랑만들기인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장동홍, V&P엔터테인먼트), 평범한 야구심판과 인기 연예인의 사랑을 담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은, 명필름), 환상멜로물인 「어게인」(이순안, CK픽쳐스) 등이 올 가을과 겨울 극장가를 따뜻한 사랑이야기로 채울 태세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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