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영화의 테크니션에 대한 답습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 드 팰머의 영화가 적지 않은 지지자를 갖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브라이언 드 팰머의 전작들을 평가할 때면 꼬리표처럼 그가 차용한 다른 영화의 장면과 캐릭터가 함께 분석되고 거론된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비난의 잣대에 머물지 않는 것은 팰머 감독이 놀라운 역동성으로 표출해내는 새로운 영화적 힘과 재미 때문이다.
TV시리즈 「제5전선」을 영화화한 「미션 임파서블」로 흥행감독의 대열에 올라선 팰머 감독은 다시 히치콕의 계보를 잇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복귀했다. 「스네이크 아이」는 부패한 경찰이 국방장관의 암살사건에 휘말리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밀도 높은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제목인 「스네이크 아이」란 카지노 용어로 주사위 도박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경우의 수」를 말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아틀랜틱시의 한 복싱경기장. 헤비급 챔피언인 타일러에게 천문학적인 판돈이 걸린 복싱경기가 벌어진다. 형사 릭 샌트로(니컬러스 케이지 분)는 부인 몰래 애인을 사귀고 범죄자들의 돈을 뜯는 타락한 경찰이다. 그는 오래된 친구인 던 중령(게리 시니즈 분)으로부터 경기관람을 초청받는다. 던 중령의 임무는 경기를 관람하러 온 국방장관의 경호. 경기가 시작되고 던 중령이 앞좌석의 빨간머리 여자를 수색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은색가발을 쓴 여자가 국방장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잠시 후 타일러가 다운되고 그와 동시에 총성이 울려퍼지면서 국방장관이 총상을 입고 쓰러진다. 은색 가발의 여자는 팔에 총상을 입은 채 군중 속으로 황급히 사라진다. 1만4천명이 운집한 경기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저격범은 던 중령에 의해 사살된다. 병원으로 이송된 국방장관이 죽자, 던 중령은 경호임무 중 자신의 자리를 이탈한 책임에 대해 걱정하고 릭은 친구를 돕기 위해 수사를 맡기로 한다. 릭은 녹화필름을 검토하던 중 타일러가 다운된 것이 조작극이었음을 알아내고 그로부터 빨간머리의 여자에게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매수당했다는 자백을 받아낸다.
마침내 최종적으로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 인물은 3명. 빨간머리의 여자와 은색가발의 여자, 그리고 경기 중 타일러에게 신호를 보냈던 술 취한 남자다. 그러나 릭은 수사를 하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용의자를 발견한다.
밀폐된 공간, 한정된 시간이 주는 긴박감과 함께 각자의 시점에서 경기 시작부터 암살되기까지의 과정을 회상하는 구성은 충분히 흥미롭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범인이 누구인가가 너무 쉽게 밝혀지고, 반전과 서스펜스가 힘을 잃지만 영화 도입부의 스테디 캠으로 찍은 장면은 압도당할 만큼 도전적이다. 특히 속사포처럼 쉴새없이 대사를 쏟아내는 니컬러스 케이지의 연기는 전작 「시티 오브 엔젤」에 대한 실망을 보상받을 만큼 흥분을 자아낸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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