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구조조정 노력의 하나로 정보통신업체들의 해외매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현재와 같은 「마구잡이식」 외자유치 전략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네트의 해외매각을 계기로 시스템통합(SI) 업체 및 인터넷 접속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의 해외자본 유치노력이 또다시 경쟁적으로 가속되고 있으나 정상적인 평가작업 없이 단순한 외자도입에만 발벗고 나서 거래시 제값을 못받는 것은 물론 유망 핵심사업의 무분별한 매각으로 결국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의 유력 컨설팅업체는 최근 캐나다 B사 등 외국업체에 의결권주 17%를 포함한 40% 정도의 주식을 2억5천만달러에 넘긴 것으로 알려진 국내 통신업체 H사의 경우 내년 정도에만 매각해도 두배 이상의 자산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추진중이거나 이미 체결된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의 지분 해외매각 사례를 보면 그룹차원에서 움직여 내부 실무자는 물론 담당 임원들조차 모르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잘못될 경우에 대비해 비밀리에 추진해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자산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협상에 끌려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정보통신진흥협회의 한 임원)
특히 대부분의 해외업체들이 매각을 원하는 국내 통신업체를 복수로 선정해 가격낮추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 SI업체를 비롯, 대형 통신업체들이 해외업체에 인기가 좋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외 인수업체들 역시 한국시장을 발판으로 중국 등 동남아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는만큼 좀더 성숙된 입장에서 정상적인 거래를 성사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S사 전략기획실 임원)
이번에 아이네트를 인수한 PSI넷 이외에도 AOL·UUNet 등 해외 ISP업체들은 물론 P사 등 컨설팅업체까지 나서 데이콤이 운영중인 PC통신 천리안, 삼성SDS 유니텔, 한창 나우콤, 현대 신비로, 한솔텔레컴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주력사업의 매각이 기업생존이나 구조조정을 위해 좋은 방안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마치 외자유치가 능사인 것처럼 비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우리 업체들도 정확한 자산 실사작업과 향후 시장잠재력을 분석해 윈윈 전략에 의거한 딜을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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