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대"가 있음에 "사이버 오작교"로 간다

대학교 2학년인 김성윤씨(24)는 지금의 여자친구 이희정씨(22)를 PC통신에서 만났다. 「지식보다는 지혜있는 여자친구를 원한다」는 김씨의 소개에 매료돼 이씨가 메일을 보내온 것. 미팅주선정보에 올린 글을 보고 메일을 보내온 사람이 이씨 말고도 여럿 있었지만 그녀의 답장이 제일 마음에 들어 바로 채팅을 시작했다. 지금은 둘다 모두 하루라도 소식이 없으면 못견딜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들은 각자 집에가서도 밤늦게까지 PC통신으로 사랑을 주고 받는다.

온라인을 통해 만나 결혼에 성공한 예도 많다.

프로그래머인 서정원(31)씨는 우연히 일본의 인터넷 펜팔서비스에 접속했다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마유코(30)씨를 알게 됐다. 채팅과 전자우편을 통해 친해진 두 사람은 급기야 한국에서 만남을 갖는다. 인터넷 꽃배달서비스, 홈쇼핑, 카드서비스 등을 통해 국경을 넘어 사랑의 마음을 전하던 두 사람은 지난 5월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인터넷이 두 사람을 연결하는 중매장이 역할을 한 셈이다. 이처럼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던 까치 대신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사이버 오작교」가 온라인에 속속 등장, 인기를 끌고 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PC통신서비스에는 선우이벤트, 듀오, 에코러스 등 7~8개의 IP들이 미팅과 결혼 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회원제 유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찾는 선남선녀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

데이콤과 나우콤, SK텔레콤 등도 이용자들에게 미팅과 만남을 알선해주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령별로 온라인 펜팔친구를 알선해주는 천리안 펜팔(go penpal) 코너에는 남녀 이용자 18만여명이 등록돼 있다. 한달 이용시간도 2만시간에 달할만큼 이용률이 높은 편. SK텔레콤의 「넷츠고미팅(go meeting)」 코너 역시 1만4천여명의 이용자의 프로필이 등록돼 있다. 나우콤도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는 나우콤팔, 나우콤팅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학력, 출생년, 직업, 키, 몸무게 같은 일반사항을 꼼꼼히 입력해야 하는데 서비스에 따라서는 사진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요즘 신세대들은 온라인에 자신을 소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몇 년전만 해도 자신의 신상을 밝히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자신해서 사진을 보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이성을 찾으려면 자신의 정보를 되도록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한 PC통신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사이버 중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서비스 대상이나 내용이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대들을 겨냥한 독특한 이색서비스들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소담미디어는 하이텔 유니텔 넷츠고 등 PC통신서비스를 통해 「시네팅(go cineting)」 이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취향이 비슷한 이성끼리 만나 영화사사회나 연극, 콘서트 등을 보며 미팅을 즐긴다.

삐삐를 이용해 미팅을 하는 「삐삐팅서비스」도 있다. 하이텔과 나우누리, 유니텔을 통해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신의 삐삐번호를 등록해 놓으면 이를 본 다른 이성들이 마음에 드는 번호로 삐삐를 쳐 만남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 이 코너에는 삐삐를 통한 사랑의 수기와 별난 암호번호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최근 신세대들에게 사랑받는 스티커사진기를 이용한 미팅도 등장했다. 넷시티인포에미션은 최근 하이텔을 통해 이용자의 스티커 사진을 간단한 소개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밖에 이용자들의 사주에 맞는 이상형을 찾아주는 「사주미팅(go sajumeet)」과 인터넷 메일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국제펜팔」, 급류타기나 수상스키 등을 즐기며 만남을 갖는 이벤트 만남 서비스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만남의 기회를 찾는 것은 청춘남녀 뿐만이 아니다. 탑클래스가 삼성SDS와 함께 제공하는 「재혼, 만혼정보(go remarry)」는 재혼을 원하는 독신자나 결혼시기를 놓친 노총각 노처녀들에게 결혼상대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인터넷에도 매치메이커(http://w2m2.static.co.kr), 러브헌트(http://www.lovehunt.com), 큐피드(http://cupid.kits.co.kr) 등 젊은이들의 만남을 중계해주는 서비스가 여럿 개설돼 있다.

이처럼 온라인 미팅이 인기를 끌자 PC통신을 통해 미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우이벤트는 최근 대학로에 「엘리피아」라는 미팅전용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곳은 대학생들이 PC통신으로 미팅을 신청한 뒤 직접 대면하는 만남의 장소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온라인을 이용할 경우 직접 만나는 것보다 부담이 적고 비교적 상대편을 상세히 알고나서 만남을 가지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한 이용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짝을 찾고 싶어 자신의 자료를 올렸다』고 설명한다. 친척이나 친구들에게만 의존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넓다는 것. 이와 함께 이성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즐거운 이벤트로 생각하는 신세대의 특징도 온라인 중매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온라인의 「익명성」과 「자기미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사자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만남을 가지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정이건 사랑이건 그 것을 키워나가는 것은 두 사람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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