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가하다 보면 한국인끼리 몰려다니거나 휴식시간 동안 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회의 주제를 파악하는 이도 드물고 또 처음 참가하는 이가 대부분이라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같은 국제회의를 계속해서 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해외 출장이라고 하면 포상으로 주어진 휴가라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회의는 여러 사람을 골고루 안배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연속적으로 열리는 국제회의인데 매번 참석하는 사람이 달라지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 참가한 참가자는 회의가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 모르고, 회의 주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결국 꼭 필요한 정책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도 회사나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회의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니 잘 모르는 것은 모두 수집해 출장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5∼6장이면 끝날 보고서가 50~60장으로 늘어나고, 그나마 핵심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국제회의뿐만 아니라 컴덱스 등 주요 전시회 역시 한번 참가해서는 그 흐름을 제대로 감지할 수 없다. 서너번씩 계속 참가해야 지난해와 비교해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해외출장을 포상휴가로 인식하고 전문성을 키우지 않는 한 국제회의에서 국가나 회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출장은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으로 전문성을 갖고 일관되게 참가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점점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기업이 각종 국제회의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또 하나가 언어문제다. 한국사람들은 회의 기간중에 열리는 각종 비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언어 컴플렉스 때문이다. 리셉션 등 비공식 만남은 인맥 관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빠지고 그 시간에 한국식당에서 한국사람과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음식을 먹는다.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막상 개인적인 친분관계나 막후 교섭력을 발휘해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회의는 물론이거니와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한국 사람들은 잘 적응하지 못한다. 중국이나 대만의 사정도 한국과 엇비슷하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심지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은 언어장벽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인지 회의석상이나 비공식 만남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토론에 참가하며 의사 표시를 한다.
언어장벽만 놓고 보면 일본도 한국이나 대만 못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일본의 경우 국제회의를 이익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음 회의가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이끌어낸다. 또 차후 비즈니스에 연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여준다.
언어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국제화나 세계화 등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TV에서 더빙을 없애고 뉴스에서도 미국이나 일본 등의 프라임타임 뉴스를 방영하고 CNN뉴스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이네트 허진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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