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학 개교 준비 "한창"

대학 2학년인 김군은 매일 저녁 9시경이면 컴퓨터를 마주하고 앉는다.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사고로 입원하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게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강의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기는 힘들지만 학점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이버 강좌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가 듣는 강의는 「증권투자의 이해」. 인터넷을 통해 담당교수의 설명을 들으면서 교재와 참고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또 강의에서 익힌 지식을 토대로 모의증권투자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쉽게 배울 수 있다.

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토론시간이나 게시판을 이용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현재 중앙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강좌를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강좌는 외국이나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는 9월부터 각 대학에서 가상대학 프로젝트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가상강좌의 수와 수혜자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각 대학들은 몇 시간만을 온라인 강좌에 할당했던 지난 학기와 달리 이번 학기에는 대부분의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진행하고, 면대면 교육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어서 국내에 본격적인 가상대학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가상대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의 수는 서울대 등 71개 대학. 교육부는 2학기에 5백36개의 사이버강좌가 개설돼 모두 4만5천여명이 수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99년말까지를 가상대학 시범운영기간을 설정, 가상대학 운영에 필요한 각종 제도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가상대학을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우선 재학생을 대상으로 사이버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나 일부 컨소시엄에 서는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성균관대, 고려대 등 12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열린사이버대학」 컨소시엄은 9월부터 본격적인 사이버 강의를 제공하기로 하고 최근 재학생 외에 2백30여명의 사이버강좌 수강생을 선발했다.

모두 81개 과목으로 구성된 사이버 강좌를 신청하면 수강신청과 학사운영 등 교육에 필요한 전과정을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처리할 수 있다. 재학생은 참여 대학간 상호 학점인정 협정에 의해 다른 대학에 개설된 강좌라도 소속대학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시간제 학생은 1백40학점을 취득하면 학사 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 교육비는 시간제 학생의 경우 기본 등록금 4만원 학점당 5만원의 수강료를 내야하며 공개강좌는 등록금 2만원에 과목당 5만원을 수강료를 책정해놓고 있다.

숙명여대도 음악치료, 약료전문가, 영어교사양성 등 3개 분야 8개 강좌를 개설, 2학기부터 본격적인 원격강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임상약학 강좌에는 이미 1백50명이 수강신청을 완료해 예비교육을 받고 있는 상태. 사회재교육 프로그램인 이 강좌를 수료하면 숙명여대의 관련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학점을 인정받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강료는 강좌별로 60만원에서 90만원선.

서울대는 2학기부터 재학생과 조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보조수업 등 9개의 강좌를 개설, 인터넷상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11월경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보사회활용론」이란 공개강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앙대 등 4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온라인가상대학 컨소시엄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30여개 과목을 가상강좌 형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 강좌는 오리엔테이션과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인터넷상에서만 진행된다. 또 오는 10월경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간제 강좌를 개설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재학생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대학들도 많다.

홍익대와 국민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사이버디자인대학」은 오는 9월 디자인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8개 강좌를 인터넷상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디자인 전문 사이버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이 컨소시엄의 강좌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돼 자유롭게 청강할 수 있다. 두 대학은 관련 입법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쯤 가상대학을 본격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희대 등 9개교가 중심이 된 「한국가상연합」 컨소시엄이 2학기에 42개의 가상강좌를 개설, 재학생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또 동국대도 이번 학기에 인터넷 창작교실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외에 「한반도가상캠퍼스」, 「부울가상대학」,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등 대부분의 컨소시엄과 대학들이 이번 학기부터 본격적인 가상강의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직 국내 대부분의 가상대학은 기존 대학강좌를 온라인화하는 시작단계에 머물러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형의 가상대학이 설립돼 있지요. 우리도 현행법규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가상대학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성균관대 황대준 교수는 시범운영 기간에 얽매이지 말고 대학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가상대학에 참여하는 대학과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가상대학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경희대 황승연 교수는 『가상대학이 정착되려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배우려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가상대학에 참여하는 대학들도 교육 대상과 방법 등을 보다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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