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ISDN] 꿈의 통신망 "날개를 편다"

꿈의 통신망이라 불리는 종합정보통신망(ISDN)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인터넷, PC통신 붐과 맞물려 동면상태에 있었던 ISDN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ISDN회선은 2개의 통화채널(2B)과 1개의 신호채널(1D)을 기본으로 하는 기본군접속(BRI, 2B+1D) 회선수만 2만9천개 정도. 여기에 30개의 통화채널과 1개의 신호채널로 구성된 1차군접속(PRI, 30B+1D) 회선수가 3백50여개에 이르고 있다. 즉 2만9천명의 개인가입자와 3백50여개의 업체가 현재 ISDN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ISDN 가입자는 지난 9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년 1백% 이상씩 성장해왔다. 94년 12월 1천9백명에 이어 96년 8천4백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2만명을 거뜬히 넘어섰다.

국내 ISDN사업이 실패작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온 셈이다. 한국통신은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4만명 정도의 가입자에 이어 99년말 25만명, 그리고 2002년까지 1백만명은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ISDN시장을 낙관하는 배경은 우선 공격적으로 바뀐 한국통신의 ISDN사업 방향 때문이다. 그동안 부가서비스 차원에서 소극적 마케팅에 머물렀던 한국통신이 올해들어 ISDN 품질을 개선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전략분야의 하나로 ISDN사업을 육성키로 한 것이다.

물론 이같은 배경은 별정통신사업자, 하나로통신 등 신규사업자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ISDN을 제외하고는 한국통신이 내세울 만한 경쟁상품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다른 사업자에 비해 그나마 경쟁력 있는 ISDN사업에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배경이야 어쨌든 ISDN사업의 수장격인 한국통신이 이렇듯 공격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경우 분명히 ISDN시장은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한국통신은 ISDN기술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ISDN 가입신청에서부터 단말기 구매 및 설치까지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ISDN원스톱」서비스를 개발해 지난 7월부터 실시중이다. 하반기부터는 TV 및 신문 광고를 통해 ISDN 홍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각종 이벤트 행사를 마련해 대대적인 가입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ISDN시장의 걸림돌이었던 단말기 가격이 시장경쟁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통합형 터미널어댑터(TA)의 경우 작년말 60만원대에서 올초 40만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29만원대로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주로 외산에 의존하던 단말기시장에 최근 국산 단말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신규 벤처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을 통한 다양한 단말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같은 가격하락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결국 ISDN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요소였던 단말기 가격과 통화품질이 해소된 셈이다. 저승사자에 이끌려 무덤까지 갈 뻔했던 ISDN의 힘찬 재기가 결코 구두선이 아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ISDN 부활론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디지털 통신망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장점 때문이다. 흔히 ISDN은 구리선으로 돼 있는 기존 전화망(PSTN)에 디지털기술을 결합해 영상, 음성 등 모든 형태의 데이터를 하나의 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종합정보통신망이라 불린다.

디지털 전송에 따라 주어지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ISDN의 자랑거리다. 사용한 통화시간을 볼 수 있고 걸려온 전화를 다른 외부전화로 돌려줄 수 있으며 동시에 3자간 통화도 가능하다. 전화를 거는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전화기에 달린 액정 모니터에 나타나 장난이나 음란전화도 막을 수 있다. ISDN을 통한 음성서비스는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송수신하기 때문에 잡음이 적고 음질이 깨끗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밖에 일반전화를 이용해 PC통신을 할 경우 30초 가량 걸리는 접속시간이 ISDN에서는 단 2초 만에 이뤄지고 1개의 망종단장치(NT)에 8대의 전화를 물려 각각의 전화에 부(副) 번호를 부여, 전화 1대로 8대의 전화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30개의 채널을 동시에 묶은 PRI회선을 이용하면 근거리통신망(LAN)이나 원거리통신망(WAN)을 이용하기 위해 전용회선을 임대하지 않고도 싼값에 고속 데이터 통신망과 구내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퇴출위기에 놓였던 ISDN이 정보화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대동맥으로 새롭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강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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