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의료정보시스템] 역사.보급현황

의료기관의 정보시스템 구축 목적은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의료기관의 운영지원을 통한 경영합리화로 대별된다.

의료기관 정보화의 시발점은 지난 77년 사회복지제도 도입의 일환으로 추진된 국민 의료보험 시행을 계기로 78년 서울대학병원과 경희대학병원이 미국의 메디우스 패키지를 KIST의 도움을 받아 설치, 운용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대학병원 및 대형 종합병원의 병원용 컴퓨터시스템 도입이 본격화했고 80년대 초 PC가 등장하면서 국내 기술에 의해 의료보험 청구용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등 의료정보시스템이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83년 비트컴퓨터가 개발한 PC용 프로그램은 소규모 병, 의원을 중심으로 상당량 공급되는 등 의료기관이 정보화에 눈을 뜨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유닉스 OS에 기반을 둔 미니 및 마이크로 컴퓨터시스템의 보급 활성화와 더불어 중소 병원의 원무 및 일반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업체가 잇따라 탄생하는 등 원무관리용 컴퓨터시스템이 확산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료정보화를 촉발시킨 가장 큰 요인은 지난 89년 실시된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다.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수입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병원의 경영통계 및 분석을 위한 병원 경영정보시스템의 개발, 보급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또 현대, 삼성, 대우 등 굴지의 대그룹 산하 대형 병원이 연이어 설립된 90년대 중반부터는 환자 서비스 개선이라는 측면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병원 경영정보시스템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병원의 진료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수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신설 종합병원은 물론이고 대학 및 종합병원이 병원 진료정보시스템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병원의 경우 원무관리, 일반관리, 진료관리로 구분되는 병원업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데이터 웨어하우징(Data Warehousing)은 물론이고 병원의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성과급 보수관리시스템 등의 경영전략적 효과 및 첨단 진료환경 구축방안으로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원격진료시스템(TMS) 등을 구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의료보험연합회가 조사한 「의료기관의 정보화 현황」에 따르면 97년 말 현재 의원급의 95% 이상이 전산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진료비 계산이나 보험청구에 대한 정보화는 대부분 완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보화 방법을 보면 전산실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병원은 외부업체의 지원 하에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대부분의 중소형 병원과 의원급은 패키지 형태로 개발된 원무시스템(보험청구 기능 포함)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의 경우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수록하고 있는 의무기록이 모든 병원업무의 중심이 되므로 의료기관 내부의 자료관리와 관련기관간 정보교환을 위해서도 의무기록의 데이터베이스(DB)화는 필수적이다.

미국은 90년대 초부터 전자의무기록(CPR 혹은 EMR)시스템의 개발을 시작했는데 CPR시스템은 단순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X레이 촬영장치나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 필름과 같은 영상정보나 심전도 기록같은 정보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매우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현재 우리나라 일부 대학병원에서도 전자의무기록시스템 구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의무기록을 완전히 DB화하는 단계가 아니라 단순히 수작업으로 기록된 자료를 스캔을 통해 저장하는 광파일시스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CPR시스템의 개발을 위해 의무기록을 표준화하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시작되고 있어 조만간 많은 병원에서 이 시스템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97년부터 99년까지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 서울대학병원, 서울중앙병원, 의무기록사협회 등에서 수행하고 있는 「전자기록체계 표준화를 위한 기반연구」가 있는데 각 기관에서 공동으로 관련코드의 표준화, 의무기록의 표준모델 개발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표적 표준화 기구인 HL7과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료기관과 관련기관과의 정보교환을 통해 국민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복지부에서는 96년에 혈액유통시스템, 장기이식정보시스템, 응급의료시스템, 전염병감시시스템, 외래진료예약시스템 등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시스템은 각 의료기관과 긴밀한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효과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97년 시스템별로 시범사업을 수행했으며 또한 현재 위의 5개 시스템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추가로 개발중에 있다.

또 의료기관별 정보인력의 보유현황을 보면 의료기관의 규모(병상수) 및 해당 의료기관의 정보화 정도(특히 OCS의 운영 여부)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대형 병원이 상대적으로 정보화 인력이 많지만 중소형 병원이라도 OCS를 운영하고 있으면 대형 병원보다 많은 자원을 보유,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에서 98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차 의료기관의 경우 95%가 과 단위 이상의 정보화 조직이 있으며 평균 보유인력은 20∼35명 정도로 나타났다.

병원급 이상의 경우 30% 정도의 기관이 별도의 정보화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35% 정도는 전담인력을, 나머지 35%는 전담인력 없이 외부업체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정보화 조직이 있는 경우 정보화 인력은 1백병상당 0.6명 정도로 파악됐다.

또한 의료기관의 정보화 투자비용은 초기 투자비용과 시스템 운영비용으로 구분되는데 초기 투자비용은 단순히 원무업무만 개발했을 때 병원급의 경우 약 3천∼5천만원, 의원급의 경우 1천∼1천5백만원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OCS 도입 등 병원 전체에 대한 정보화를 추진하는 경우에는 병원당 3억원 이상 소요되고 있으며 규모가 큰 3차 의료기관은 약 2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비용은 초기 투자비용에 비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비용이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에 투자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이용비용이나 전산 소모품에 대한 비용은 병상당 10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성균관대의대 김병익 교수의 「병원정보시스템 도입에 따른 조직변화와 의료의 질 향상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2백76곳을 대상으로 병원 정보화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말을 기준으로 조사가 가능했던 2백58개 병원 중 2백53개 병원이 원무관리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개 병원 중 현재 개발중인 병원이 하나이며 개발을 계획중인 곳이 하나인 것으로 조사됐고 대부분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에 집중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OCS는 90년도 초부터 본격 도입되기 시작해 98년 2월 말 현재 94개 병원이 도입했으며 개발중인 곳이 17개, 올해 중 도입계획을 가진 병원이 15개로 조사됐다.

임상병리과 전산시스템인 LIS를 도입한 병원은 2백58개 병원 중 1백3개로 개발중인 곳이 6개, 올해 안 도입계획을 가지고 있는 곳이 8개였으며 EMR는 1백49개 병원이 도입했고 개발중이거나 도입계획을 갖고 있는 곳이 각각 7개와 5개로 나타났다.

인사관리나 회계관리 등 일반 관리업무에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2백10개로, 2개와 3개 병원이 개발중이거나 도입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PACS는 94년 2개 병원이 도입하기 시작, 2월 말 현재 8개 병원이 도입했으며 개발중인 곳이 4개, 올해중 도입할 병원은 2개로 파악돼 가장 발전속도가 느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최근 6백20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병원들이 컴퓨터시스템에 포함된 기능의 4분의 1도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러한 시스템들은 개발자들이 시스템의 기술적인 기술적,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고 조직의 사회적, 정치적 측면을 무시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40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정보시스템의 45%가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용자의 저항과 의료진의 간섭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돼 의료인의 전산화 마인드가 아직은 낙후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같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독일 등 의료정보시스템 부문의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는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 이상의 간격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인식인데, 그래도 10년 이상 뒤처져 있는 타 산업과 비교하면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단기간 안에 국내 기술이 세계시장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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