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저가칩 시장 "전방위 공략"

미 인텔이 1천달러 이하 PC를 겨냥한 저가 칩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 전세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저가 칩을 단순히 제품 구색용이 아닌 주력 상품화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겠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인텔의 이같은 변화는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이로 인한 저가 칩 시장에서의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텔이 저가 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4월. 저가 칩인 셀러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1천달러 이하 저가 PC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한 지 1년 이상 지난 때였다. 인텔의 시장진출이 늦어진 것은 시장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의 PC 구매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반대로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고가 고마진의 고성능 칩사업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 4월 인텔이 셀러론 첫 제품을 발표했을 때도 분석가들은 이를 전략적 변화라기보다는 단지 구색 맞추기 정도밖에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결과는 1천달러 이하 PC용 칩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이 4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천5백달러 이상 PC에 탑재되는 고성능 칩 시장에서 이 회사의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셀러론의 첫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기존 펜티엄Ⅱ에서 일부 컴포넌트를 떼어낸 단순 기능의 칩으로 인식된 이 제품은 경쟁제품인 AMD의 K6에 비해서도 가격은 비슷한데 처리속도는 오히려 20% 정도 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텔이 이제는 달라졌다.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시행착오가 저가 시장에 익숙지 않았던 이 회사를 변하게 만들었다.

앤디 그로브 회장은 저가 PC 붐이 당초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도가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저가 칩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시장흐름에 맞춰 이 분야를 전략적으로 강화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텔이 오는 24일 발표할 예정인 셀러론의 새 버전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코드명 「멘도시노」로 알려져 있는 이 칩은 1백28kB의 캐시메모리를 장착하고 처리속도를 높여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저가 칩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BM, 패커드벨NEC 등 주요 PC업체들은 이미 이 칩을 채용한 제품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저가 칩 전략과 관련, 보다 중요한 것은 인텔이 새로운 칩 발표만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시장으로까지 눈길을 돌리는 발상의 전환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셀룰러폰과 세트톱박스, 핸드헬드 기기 등 PC 이외의 제품에 사용되는 임베디드 프로세서에 대한 강조가 그것이다.

인텔은 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 보여온 자체 개발기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영국 ARM사가 개발한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프로세서의 변형판으로 지난해 디지털 이퀴프먼트와의 특허분쟁 타결과정에서 인수한 스트롱ARM 프로세서의 사업화에 나서는 파격을 보이고 있다.

스트롱ARM은 최근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ARM 프로세서 중 가장 우수한 제품의 하나로 평가되면서도 그동안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인텔이 마케팅에 나설 경우 상황은 크게 변할 전망이다.

저전력 소비와 빠른 속도, 그리고 셀러론보다 훨씬 저렴한 30달러 정도의 저가격이 장점인 이 칩은 특히 휴대형 전자기기 시장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이에 따라 최근 스트롱ARM 설계팀을 대폭 보강하고 휴렛패커드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등 이 분야 사업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인텔의 저가 칩 시장에 대한 이같은 적극적인 공략 움직임이 PC시장 전반의 판매증가 둔화, 가격인하 압력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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