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인터랙티브 박흥호 사장의 별명은 「호박」이다. 영문이름 「흥호 박」을 줄여 직원들이 붙여준 애칭. 박 사장은 또 「워커 홀릭」으로도 불린다. 워낙 일을 좋아해 퇴근을 했다가도 새벽 2, 3시에 텅빈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오는 날이 가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여름휴가라고는 딱 한번, 그것도 한글과컴퓨터사 시절 가봤습니다. 나모에서는 휴가가 뭔지 아예 잊고 살았죠. 제일 좋아하는 건 글쎄요,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 구해가지고 돌아와 얼른 내 PC로 돌려보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라고 박 사장은 쑥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일벌레 박 사장에게도 취미가 하나 있다. 바로 수영이다. 그의 고향은 바닷가인 경남 고성. 그렇다고 어린시절부터 수영을 즐겼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 근처엔 얼씬도 못했다. 박 사장의 부친은 해변에 나가지 말라고 늘 당부했었다. 사고가 빈번해 동네어른들 모두 아이들을 물가에 내놓지 않으려 했던 까닭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땐 바닷가에 나가는 대신 집안에서 가전제품을 분해해 보는 취미도 있었네요. 밥솥, 다리미, 라디오, 전축, TV 할 것 없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뜯어봤으니까요. 대개는 거뜬하게 고쳐놨지만 실패한 적도 물론 있었죠. 아버님이 농림부장관상으로 받아 애지중지하던 궤종시계를 고장냈을 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라며 박 사장은 추억담을 꺼낸다.
박 사장이 정작 수영을 해본 것은 3년 전. 한글과컴퓨터 미주지사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의 한 아파트에 머물면서다. 15㎏이나 불어난 몸무게도 줄여볼 겸 아파트에 딸린 야외풀장을 자주 찾다보니 저절로 배우게 됐다.
『수영을 시작해 처음 하루 이틀은 몸무게에 변함이 없습니다. 3일 정도는 돼야 체중계 눈금이 움직이기 시작하죠. 하루에 2백g까진 뺄 수 있겠더군요. 무리를 하지 않고도 한달에 2, 3㎏ 줄이는 건 쉽습니다. 저만 해도 7개월 동안 15㎏이 빠져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으니까요』라며 박 사장은 프로그래머 출신답게 살이 빠지게 되는 프로세스까지 곁들여 설명한다.
사실 수영은 프로그래머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선 필드운동처럼 관절에 무리가 오지 않아 좋다는 것. 다른 실내 스포츠 공간에 비해 수영장은 공기도 쾌적하다. 게다가 심신이 피로할 때 짧은 시간에 컨디션을 회복하려면 수영만한 운동도 없다. 나모를 설립한 후 야근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퇴근길에 스포츠센터를 들렀던 만큼 박 사장에겐 풀장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도 많다.
『실내풀에선 흔히들 삼각수영복을 입지 않습니까? 어느날 샤워장에 들어가서 거울을 보니 제 수영복 엉덩이 부분이 좀 이상한 겁니다. 색상이 반투명으로 변해 있는 거예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천이 낡아 반쯤 헤어진 거였어요. 도대체 왜 말을 안해줬냐고 옆사람에게 물었더니 색깔 있는 수경을 써서 전혀 몰랐다고 하더군요. 세상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외풀장도 아니고 실내에서 왜 선그라스 같은 수경을 쓰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소탈하게 웃어 보인다. 그가 이런 해프닝을 공개하는 이유는 남성들의 경우 풀장 회원권의 파워 유저가 되려면 아무리 IMF시대지만 최소한 4, 5개월에 한 번씩은 수영복을 바꿔 주는 게 예의라는 팁을 수영 마니아들에게 제공해주기 위해서란다.
수영 이외에 갖고 싶은 취미가 뭐냐고 묻자 박 사장은 「바닷가에서 실컷 파도 구경하기」 그리고 「하늘을 날며 짜릿한 스피드 즐겨보기」라고 대답한다. 마음 같으면 틈날 때마다 고향 바닷가나 동해안에 찾아가 몇 시간이고 출렁이는 파도만 쳐다보고 싶다는 것이다. 머리를 개운하게 비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업이 잘 되면 아예 강가에 사옥을 지어놓고 창 밖으로 흘러가는 물살을 내려다 보며 일해볼 생각이다. 경비행기 값이 좀더 싸지면 한 대 구입해 마음껏 가을하늘을 날아보는 게 또 그의 꿈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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