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LCD산업을 중복, 과잉투자 산업으로 볼 것인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대 재벌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산업이 구조조정의 대상 산업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표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엇갈린 입장이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으나 현재 업계 관계자들은 중복, 과잉투자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투자가 더 뒤따라 주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복, 과잉으로 보는 입장은 아주 단순하다. 현재 세계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TFT LCD의 가격이 떨어지는 등 업계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와 같이 중복, 과잉투자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TFT LCD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도 별다른 수익성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적지않은 투자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입장에 있는 측은 빅딜과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정부측의 입장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잉투자로 여겨지고 있는 TFT LCD의 공급과잉 부문은 올해를 기점으로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약 7백20만개의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으나 우리나라가 IMF로 떨어진데다 일본 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로 공급이 2천2백40만개에 그쳐 수급균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면서 TFT LCD의 가격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LG반도체), 현대전자 등은 일본 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면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조사기관인 미 IDC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세계 TFT LCD시장에서 이들업체의 점유율은 97년 16.5%에서 98년 1, Mbps분기 25.4%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 Mbps분기 6.2%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이 4, Mbps분기에 30만개의 패널을 판매해 17.3%로 끌어올려 업체 순위도 7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또한 LG전자도 97년 1, Mbps분기 2.9%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을 4, Mbps분기에 12만개의 패널을 판매, 4.6%로 끌어올려 업체 순위도 10위에서 7위로 올랐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 산업에 포함됨에 따라 중복, 과잉 투자라는 정부측의 입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은 바로 95년과 올해와 마찬가지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경기가 어려웠을 때 일본 업체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동안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너무 성급한 일』로 보고 있다.
특히 TFT LCD산업이 성숙단계에 있는 시장이기 보다는 오히려 이제 시장 진입하는 초기단계에서 중복, 과잉 투자의 논란은 너무 성급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업체가 10개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경우 3개사는 적정한 것이다면서 국내 업체끼리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일본 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도 『TFT LCD산업은 국내 시장보다 대부분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과잉투자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도 『TFT LCD의 설비투자에 막대한 투자비가 요구되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과 대만 등 세계 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서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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