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유러貨 특수"

오는 99년 1월에 출범할 유럽단일통화(유러화)제도가 국내업체를 비롯한 세계 정보기술(IT)업체들의 새로운 특수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유럽경제를 통합해 경제활성화를 꾀하고 이같은 블록경제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미국 독주체제를 견제한다는 방침 아래 99년 초부터 유럽화 사용을 본격 실시키로 하고 최근 발말굽 모양의 새로운 화폐(EMU)를 발행, 시범 사용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스템통합(SI)을 비롯한 IT업계는 국내에서도 유러화와 관련한 신규시장이 부상하는 것은 물론 유럽시장을 주 대상으로 한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전담팀 구성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삼성SDS 김홍기 전무는 『유러화가 통용되려면 회원국 간의 종전 환율체계와 회계 분야의 SW 대부분이 대체되거나 수정돼야 하기 때문에 Y2k 못지 않은 신규시장 형성이 기대된다』고 지적하며 실제로 해외에서는 올초부터 이 시장을 밀레니엄 버그에 버금가는 「유러화 특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유럽정보기술협회는 이 시장규모를 무려 8백50억∼1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EDS시스템 오해진 전무도 『국내에서도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유러화 수용체제 구축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유럽소프트웨어 전문업체들의 국내진출이 대거 예상되는 것과 함께 Y2k시장에 볼 수 있듯이 국내업체들의 유럽진 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러화 시장 선점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들은 미국 및 유럽계 소프웨어업체들이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98」에 유러화 심벌을 내장키로 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한 회계SW인 「머니 99」도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앤더슨컨설팅,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 등 컨설팅 업체들도 유력 SW업체들과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고 자국내 유러화 구축시장은 물론 유럽시장을 넘본다는 계획이다.

반(Baan), 제미니에스에이 등 유럽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SW업체인 반사는 엄청난 사업기회를 제공할 유러화 특수를 미국에 뺏길 수 없다는 방침 아래 올초 8천7백만 달러를 투입해 영국의 유력 회계처리 SW업체사인 코다그룹을 전격 인수했다.

Y2k에 가려 이 시장의 잠재력을 늦게 발견한 국내에서도 최근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간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사업그룹과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유럽진출 현지법인을 통해 시장분석에 들어간 삼성SDS는 유럽에 현지 사무소를 내고 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과 MS, SAP 등 해외 유수의 협력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삼성SDS는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을 방문중인 남궁석 사장이 돌아오는 대로 추진전략을 최종 결정할 예정인데 Y2k와 연계할 경우 해외진출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EDS시스템도 미국 협력선인 EDS와 공동 진출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는 한편 이를 위해 금융팀을 주축으로 한 전담팀 구성을 추진 중이다. 또 현대정보기술과 대우정보시스템 등도 금융기관의 환율시스템과 기업 수출부서 등을 중심으로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으며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물론 유럽화 표시를 위한 키보드 교체 특수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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