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바이트] 美 "하이테크 갈등" 심화

「저소득 계층이나 소수 인종은 컴퓨터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는가?」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 가구의 컴퓨터 보유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 수준 및 인종간 컴퓨터 보유율의 격차가 3년전보다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디지털 시대에는 인종, 계층간의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무색케 하고 있다.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이 지난해 10월 미국 전역의 4만8천가구를 표본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선 전체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은 3년전인 94년 11월의 24.2%에서 36.6%로 크게 늘어났으며 전자우편 이용가구도 4배정도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연간소득이 7만5천달러이상인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은 75.6%로 3만5천달러미만 가구의 보유율 23%보다 3배이상 많았다.이는 특히 5천∼1만달러 저소득층에 비하면 7배나 되는 수준이다. 또 온라인 이용률에 있어서도 고소득층은 49.2%로 중간 및 저소득층의 13.9%보다 3배가 넘었다.

인종별로는 백인가구의 컴퓨터 보유 및 온라인 이용률이 각각 40.8%,21.2%로 흑인가구의 19.3%,7.7%와 중남미계통의 19.4%,8.7%를 크게 앞질렀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미국 정부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앨 고어 부통령은 『이번 결과는 「교육평가(Erate)」처럼 학교나 도서관의 인터넷 접속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교육을 통해 이같은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교육평가」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내재된 풍부한 전산 자원을 계발하고 하이테크 시대에서 경쟁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할 것이란 주장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이번 조사를 주관했던 상무부 통신 정보국(NTIA)의 한 관리는 시장경쟁을 부추켜 지속적인 PC가격하락과 통신료 인하를 유도함으로써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구입하고 온라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유 시장경쟁 원리를 존중하는 미국다운 발상을 엿보게 한다.

결국 이번 조사결과는 계층, 인종간의 「하이테크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미국의 또다른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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