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 "WLL시장을 잡아라"

「무선가입자망(WLL)으로 승부한다.」

상반기를 끝으로 지난 수년간의 호황 콧노래를 마무리한 정보통신업계가 새롭게 떠오르는 WLL시장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특히 조건부이지만 하나로통신이 최근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한국통신 역시 업체별 성능평가에 돌입함에 따라 내년부터는 해마다 1천억원이 훨씬 넘는 내수기반이 마련되고 동유럽을 비롯한 제3세계권의 통신현대화 작업으로 엄청난 해외시장까지 열려 WLL이 업계의 불황 돌파구로 부각되고 있다.

WLL은 교환기와 가입자의 단말기를 무선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기지국제어기, 기지국, 운용장치, 단말기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하나로통신, 한국통신, 데이콤)가 채택한 2.3㎓의 광대역과 협대역으로 구분되고 아날로그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디지털기술로 나뉘어 있다.

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WLL 내수시장은 내년에만 1천2백80여억원. 이 가운데 제2시내전화사업에 나서는 하나로통신이 1천2백50억원어치 가량을 구매하고 한국통신도 35억원 정도의 물량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WLL시장은 내년 한해만의 반짝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는 2001년까지 해마다 큰폭의 성장세가 예견된다는 점에서 장비업계로서는 더욱 매력적이다. 2000년에는 하나로통신이 4천3백억원 이상을 발주하고 한국통신도 1천5백억원 규모를 사들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2001년에도 내수시장은 5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WLL 관련시장의 폭발은 기술적 특성과 통신사업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기인한다. WLL의 최대 강점은 기존 유선망에 비해 설치가 간단하고 회선당 단가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물론 통화품질도 유선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로통신 등 후발주자들로서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유선망에 비해 WLL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더욱이 무리한 설비투자로 사업초기부터 허덕이고 있는 사례를 수차례 경험한 후발주자들은 WLL에 더욱 적극적이다.

WLL은 이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자들까지 유혹한다. 역시 비용 탓이다. 한국통신이 추가회선 설치에 WLL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 예다.

해외시장도 똑같은 케이스. 면적이 광활한 국가일수록 통신망 구축에 투입되는 설치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대안으로 WLL을 선택하고 있다. 또 통신 후진국일수록 현대화사업의 방법으로 WLL을 선호한다. 북미 등 선진국 역시 회선증설에 이를 원용한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오븀사가 예상한 세계 WLL시장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6백37만회선이던 것이 5년후인 오는 2002년에는 약 6배인 3천7백20만회선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규회선만 계산한 것으로 누적회선수를 따지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된다.

지역별로는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오는 2002년 1천8백80만회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고 아프리카, 중동이 4백64만회선, 서유럽을 제외한 유럽지역이 3백95만회선으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도 WLL을 전략상품화하고 있다. 동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시스템 수출은 올해부터 WLL이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등 양대 장비업체의 올 수출은 교환기보다 WLL 관련제품이 많다. 현대전자 역시 하반기부터는 WLL을 앞세워 수출시장의 물꼬를 트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내수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의 사용화 경쟁도 뜨겁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의 발주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다. 여기에는 기존 장비업체들뿐 아니라 부품업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통신용 부품을 팔기 위해서는 WLL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WLL 생산업체들이 부품업체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움직인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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