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Y2k)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개별업체나 국가차원을 넘어선 대내외적 협력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대책마련에 나선 선진국들의 개발도상국 지원노력 등이 필요하고, 개별국가 차원에서도 민관협력체제의 구축 등 체계적인 활동이 전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가 국가간 상호의존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개별국가의 산업활동 또한 정부와 민간부문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등을 포함한 고도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의 A은행과 미국의 B은행 사이에 국제금융업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가정할 때 A은행의 전산시스템은 Y2k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으나 B은행은 그렇지 못했다면 두 은행간의 거래가 중단되고 그로 인해 도미노효과가 발생하면 국제 결제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지역 기업들이 Y2k문제로 생산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미국 기업들의 공장 가동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유럽연합(EU) 기업의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하면 이들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 기업들이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세계경제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세계적 차원에서 Y2k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범세계적으로 무역감소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기후퇴와 실업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보화의 물결을 타고 컴퓨터가 기업활동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영국의 옥스퍼드경제연구소는 이미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컴퓨터시스템의 혼란으로 인해 금세기말까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0.3%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메릴린치사도 Y2k문제로 인한 피해가 베트남전쟁 비용보다 많은 6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성장과 기업수익 둔화는 물론 디플레이션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연합(UN)이 Y2k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UN 총회는 결의문에서 『모든 회원국이 Y2k문제에 시기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 상호협력할 것』을 강조하면서 『각국 정부와 공공 및 민간부문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UN은 또 개도국의 Y2k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도 마련키로 했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의 선진 8개국(G8) 회담에서는 참가국 정상들이 Y2k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한 조치와 정보공유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데 합의하고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미국 대통령 직속인 Y2k대책위원회 존 코스키넨 의장은 이와 관련해 『통신, 금융, 운수 등 주요부문에서 어느 한 국가라도 Y2k문제 해결에 실패한다면 세계공동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모든 국가들이 문제해결에 실패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8개 회원국이 지난달말 Y2k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협력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키로 했고 EU도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구체적인 협력활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EU의 경우 특히 회원국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공동체의 존립에 위협요인으로 등장한 Y2k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회원국 협의체를 통한 공동솔루션 개발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EU와 APEC 회원국의 이같은 노력은 그동안 아시아와 유럽이 미국에 비해 Y2k문제에 대한 대비가 크게 뒤져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점에 비춰 「지역간 불균등」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에선 그러나 이같은 지역협의체 중심의 공동노력이 역외 국가들과의 협력체제 구축으로까지 신속히 발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만 해도 영국과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은 Y2k문제 해결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반면 非EU 국가인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은 고급 두뇌들이 미국으로 유출돼 이같은 일을 할 만한 인력이 부족한 등 Y2k와 관련한 불균등상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또한 이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향후 인터넷상거래 등을 포함한 국가간 거래활성화 등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호협력체제의 구축은 그러나 이같은 국가간뿐만 아니라 개별국가 내에서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경쟁업체들을 포함한 정부와 민간부문의 총체적 기술정보 및 경험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최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방정부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촉구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국립과학원에서의 연설을 통해 『연방정부와 민간기업의 Y2k 준비태세에 큰 격차가 있다』며 『서로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노력이 확산돼야 하며 특히 민간부문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종업체간, 산업간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공동 해결방안을 신속히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주요 8개 통신업체가 최근 「텔코 Year2000」이란 연합단체를 결성하고 범미 통신망의 완전가동 여부에 대한 점검에 착수한 것이나 미 국립유통연맹(NRF)이 산하 유통업체와 물품공급업체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자데이터교환(EDI)시스템의 Y2k 적응테스트를 시작한 것도 상호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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