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해외부품업체를 전격 인수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5백8만달러를 투자해 폴란드 전자부품 및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포니카의 지분 82%를 인수,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임원선임권을 갖는 등 실질적인 경영권을 획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제니스, AST 등 해외 세트업체를 인수한 적은 있으나 이처럼 해외부품업체를 인수한 예는 흔치 않아 그 배경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전자가 국내업체들이 눈을 돌리지 않는 해외부품업체를 전격 인수하게 된 것은 대우만의 세계화전략에 따른 부품조달의 현지화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 앞서 소위 「세계경영」에 뛰어들었지만 내용에서는 삼성이나 LG와는 상당한 차별성을 지녀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된 복합단지에 초점을 맞추어 온 반면 대우전자는 특공대식의 완제품 생산 위주로 해외공장을 건설해왔다. 따라서 관련 부품의 현지조달 준비가 어느정도 마련된 상태에서 해외공장이 가동되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달리 대우전자는 공장이 선발대로 투입된 후 부품의 현지조달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밟아왔다.
대우전자가 이처럼 특공대식 해외공장 진출전략을 추진한 것은 발빠른 대우만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삼성이나 LG에 비해 부품의 수직계열화 기반이 열세에 놓여 있는 점도 크게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는 자사내에서나 관계사에서 생산조달을 할 수 있는 부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막강한 협력사 지원부대를 보유하고 있어 해외공장 동반진출이 용이했다.
그러나 대우는 관계사인 오리온전기나 대우전자부품의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데다 동반진출 능력이 있는 협력사도 많지 않아 부품의 현지조달체제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우전자가 지난해 프랑스 국민의 반발로 무산된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에 매달린 것도 부품의 현지조달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EU나 북미지역은 국산 완제품뿐 아니라 현지생산제품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규제를 가하고 있다. EU는 현지생산되는 TV제품의 경우 부품현지화율을 부품수 기준으로 30%, 원가비중으로는 70∼80%를 요구하고 있다. 북미에서도 소형TV는 60∼70%, 중대형TV는 85%에 이르는 부품현지조달 비율을 의무화하고 있다.
EU와 미국은 만약 부품현지조달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현지생산제품도 완제품 수입으로 간주해 수입관세와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EU와 미국에서의 국산제품의 반덤핑과 관련, 제소나 협상 등을 통해 이의 해제에 힘을 기울여 온 반면 대우전자는 현지생산, 현지판매 경영철학을 내세워 반덤핑해제와 관련된 작업을 일절 해오지 않았다. 그만큼 부품의 현지조달체제 완성이 절실한 실정이다.
대우전자는 특히 「2001 전자부품 세계화 계획」을 수립하고 총 2억달러를 투자해 전세계 20개국에 글로벌 부품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함으로써 오리온전기와 함께 TV관련부품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우전자는 AV, 백색가전, 멀티미디어와 함께 그동안 소홀히 해온 전자부품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포석이다.
따라서 대우전자가 폴란드 부품업체인 포니카를 인수한 것은 부품 세계화전략의 일환인 셈이며 이를 계기로 한국전기초자, 오리온전기 등 관계사들의 동반진출은 물론 관련부품 현지업체들의 인수나 합작이 잇따를 전망이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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