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와 모토롤러는 반도체, 통신 등 여러 사업에 진출한 종합 정보통신(IT) 업체란 점이 공통점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업 및 그 사업에 대한 경영 상태를 분석해보면 몇 가지 점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필립스는 지난 2.4분기 경상 이익이 23% 증가, 8억5천4백만길더(약 4억2천3백억달러)에 이르는 경상 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모토롤러는 지난 2.4분기에 13억달러의 손실을 입어 13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6.6% 줄어든 70억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경영의 최종 평가서라고 일컬어지는 주가 역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7월 주당 70달러를 밑돌던 필립스의 주가는 최근 80-90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비해 지난해 7월 주당 90.5에 이르렀던 모토롤러의 주가는 최근 50달러대로 떨어졌다.
최근 발표한 두 회사의 2.4분기 경영실적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모토롤러의 경영적자가 반도체 수익 감소로 기인한데 반해 필립스의 매출액 호조는 오히려 반도체 매출액 증가 때문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필립스가 반도체 사업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업지역 다각화와 특화된 사업으로 빠른 구조조정을 실시했기 때문. 필립스는 올해 반도체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 아시아 지역에서 북미와 라틴아메리카로 시장을 다변화하는데 박차를 가해왔다.
또한 필립스는 경쟁사들이 메모리칩 사업부분에 주력할 때 틈새 시장을 노리고 전자, 통신 등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의 반도체 사업을 적극 공략했다.
이에 따라 필립스는 올 상반기 반도체 매출액은 전년동기에 비해 34% 늘어난 10억길더를 기록, 아시아 지역에서의 반도체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모토롤러의 반도체 사업부문은 현재 극심한 침체기에 있다. 모토롤러 경영 악화의 결정적인 원인은 매출액의 26%를 차지했던 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며 특히 올해에도 아시아에서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25% 안팎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 모토롤러의 반도체 사업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작업에서 보여준 양사의 차이는 경영에서 승, 패를 갈라놓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필립스는 경쟁력 없는 비주력 기업을 과감히 매각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흑자 경영을 일구어 냈다. 지난해부터 필립스는 항법장치 시스템 등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매각해왔으며 최근에는 캐나다 그룹인 시그램에 자사의 음반회사 폴리그램을 1백6억달러에 전격 매각했다.
이러한 구조 조정을 통해 올해 필립스는 무선통신 부문 사업을 집중 공략, 오는 2000년까지 모토롤러를 제치고 세계 무선전화 시장에서 노키아와 에릭슨에 이어 3위 업체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모토롤러는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경영 악화가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 받고 있다.
그간 모토롤러는 호출기, 휴대폰, 위성통신, 무선통신 등으로 세분화해 통신 사업을 펼쳐왔으나 모토롤러의 세분화된 통신 사업부문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방만한 경영이라고 비판 받아왔다.
이처럼 각 사업부문과의 유기적인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95년 당시 미국 휴대전화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모토롤러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4.1%로 급락했다.
또한 모토롤러는 오는 9월부터 상용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펼칠고 있는 이리듐 위성사업에서도 다소 고전하게 될 전망이다. 이리듐 위성사업은 각국의 위성통신 규제 및 장비가 통일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특히 단말기 가격이 워낙 비싸 이리듐 위성사업의 상용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위성 사업에서 즉각적인 경영 성과는 거두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모토롤러는 최근 통신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개인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글로벌 텔레콤 솔루션, 인터넷 및 네트워크 등 통신관련 자회사들을 하나로 통합키로 결정했다.
결국 필립스와 모토롤러의 최근 경영실적은 시장 다변화, 특화된 사업 강화, 강력한 구조조정 등 끝임 없는 자구적 경영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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