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시티 오브 엔젤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모티브를 따온 천사와 인간의 사랑이야기.

브래드 실버링 감독은 원작에 할리우드의 감미로움을 담아 「미국판 로맨틱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시티 오브 엔젤」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느껴지는 철학적 고민과 무게감을 털어버리는 대신 감상적이고 슬픈 사랑의 스토리를 쫓아간다. 빔 벤더스의 원작이 갖고 있는 틀을 차용하면서 무게감을 떨쳐버린 기획은 관객들에게 훨씬 편안한 영화가 되었지만, 결국 이 영화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식으로 재창조된 캐릭터들은 깊은 맛 대신 혀끝의 달콤함을 제공하지만 너무 밋밋하고,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는 감동을 주기에 너무 약하다.

죽은 영혼을 천국으로 데려가는 메신저 세스(니컬러스 케이지 분). 그는 고통도 느낌도 배고픔도 모르는 천사지만 인간의 느낌과 욕망에 대해 호기심을 지닌 채 동료천사와 인간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날 그는 수술실에서 자신이 안내할 영혼을 기다리던 중 죽은 환자를 살리려고 애쓰는 메기(멕 라이언 분)의 눈과 마주친다. 마치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메기의 시선에 사로잡히는 세스. 환자의 죽음을 자책하는 메기 앞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위로를 해주며 사랑에 빠진다.

마침내 세스는 메기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메기는 선량한 눈빛을 지닌 채 자신의 뒤를 쫓는 세스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메기는 세스와의 입맞춤이 아무 느낌도 없다는 걸 알고 절망한다. 세스는 우연히 들어간 병실에서 메신저(데니스 프란츠 분)란 이름의 환자를 만나고 그가 천사에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메신저는 세스에게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과 느낌의 세계를 알려준다.

세스와의 느낄 수 없는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던 메기는 때마침 동료의사의 청혼을 받고, 세스는 메기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인간이 되기 위한 추락을 결심한다. 천사 세스는 「자유의지」를 꿈꾸며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인간이 되지만,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적 소유를 원했던 인간의 욕망은 결국 예기치 않은 죽음에 의해 또다시 신의 소유가 된다.

멕 라이언의 캐스팅은 로맨틱코미디 대표주자로서 안전한 선택이었을 수 있으나 니컬러스 케이지의 로맨틱 연기는 사실상 그의 무게를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통통 튀는 할리우드의 로맨틱 드라마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지루함을 느끼겠지만,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존 실의 촬영과 가브리엘 야레의 음악이 그나마 달콤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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