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편집을 맡은 로베르트 로드리게즈와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배우로 출연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난기가 종횡무진하는 영화. 폭력미학의 추종자들답게 영화는 잔인하고 엉뚱하며 피가 난무한다.
지난 90년 타란티노가 처음으로 돈을 받고 쓴 시나리오였던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96년 로드리게즈를 만나 「타란티노식의 농담이 가미된 로드리게즈의 만화책 같은 영화」로 탄생되었다. 그 때문인지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마치 두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영화의 전반부는 철저히 타란티노풍이다. 타이틀과 오프닝 신에서부터 타란티노다운 재치와 다이얼로그가 재미있다고 느낄 즈음, 갑자기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관객의 예상을 깨고 뱀파이어와 인간들의 격투가 벌어지는 호러영화로 둔갑한다.
경관을 죽이고 탈옥 후, 은행을 털어 도주하고 있는 형 세스 게코(조지 클루니)와 동생 리치 게코(쿠엔틴 타란티노). 형은 나름대로 「철학」을 가진 범죄자지만 동생은 다분히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 기질을 지녔다. 이들은 은행원을 인질로 잡고 은신처를 제공해줄 카를로스를 만나기 위해 멕시코로 향하는 중이다. 지도를 구하러 간 가게에서 게코 형제는 또다시 인질극을 벌이게 되고 동생 리치가 가게 점원이 경찰에게 구조신호를 보냈다고 우기는 바람에 결국 가게를 폭파시킨다. 경찰은 FBI와 모든 인력을 동원해 이들을 전국에 공개수배한다. 잠시 쉬기 위해 들른 모텔에서 세스가 햄버거를 사러간 사이 리치는 또다시 인질로 잡혀있던 은행원을 살해한다.
국경을 넘기 위해 다른 인질이 필요해진 이들 앞에 마침 제이콥 목사(하비 케이틀)가 딸 케이트(줄리엣 루이스), 아들 스코트(어니스트 리우)와 함께 캠핑카를 몰고 나타난다. 이들 가족의 캠핑카에 탑승해 무사히 멕시코 국경을 넘은 이들은 황혼 무렵 「티티 트위스터」라는 클럽에 도착한다. 이제 남은 일은 「황혼에서 새벽까지만」 영업을 하고, 반라의 무희들이 음란한 춤을 추는 이곳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카를로스를 만나는 것뿐이다.
위스키를 마시고, 밤의 여왕 판데모니엄의 춤에 모두 넋을 잃고 쳐다볼 즈음 티티 트위스터클럽의 사람들이 하나둘 뱀파이어로 변해가고, 게코 형제와 목사가족은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인다. 클럽 안에서의 싸움 장면은 마치 비디오게임에서 시체쌓기 경주를 벌이는 듯 잔인하다.
이 영화의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배우들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잔인한 살인자였던 리치는 뱀파이어와의 싸움에서 오히려 영웅으로 바뀌고, 목사는 뱀파이어로 변해 아들을 공격한다. 코미디와 액션, 호러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넘쳐흐르는 장난기와 아이디어는 「잡식성의 대가」들의 영화이야기처럼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달지만 「아연실색」할 만큼 황당하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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