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한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컴퓨터분야도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노력과 눈물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웹 서버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아파치 서버」가 탄생하기까지에는 컴퓨터를 사랑하는 인터넷상의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애정과 노력이 있었다. http라는 웹서버를 개발했던 로브 매쿨이 미 국립 슈퍼컴퓨팅 응용센터(NCSA)를 떠나게 돼 http 개발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자 인터넷상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코드를 전자우편을 통해 주고받음으로써 아파치 서버의 개발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아파치그룹이라 불리는 이들 자원자는 보수와는 관련이 없고 오로지 애정을 가지고 아파치 서버를 개발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해 확장 발전돼가고 있다.
아파치라는 이름 또한 영어로 헝겊 조각을 의미하는 패치에서 따왔으며 여러사람이 개발해 통합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인 「한글」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일본의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했던 벤처기업인 저스트시스템 또한 이미 부도를 내고 사라졌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글 살리기 모금운동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여러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애정이 단순한 감정의 순간적 표현으로만 머무르면 안될 것이며 좀 더 발전적인 형태로 승화돼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해 사용하지 않는 한편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이것이 제대로 반영되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며, 개발자 입장에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제품의 품질향상과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파치그룹은 아파치 서버의 장점에 대해 『인터넷상의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리 소프트웨어로, 아파치 서버를 사용함으로써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다시 고쳐야 할 점이라든가 향상시켜야 할 점들을 뉴스그룹을 통해 이야기하고 이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복잡 다원화된 오늘날의 역사는 몇몇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대중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발자와 사용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조화를 이룰 때 훌륭한 소프트웨어의 탄생은 가능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더 이상 개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닌 앞으로 더 훌륭한 설계철학을 담고 있는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한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단순한 감정표현의 단계를 넘어서 한글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커다란 작업공간에 모여 새로운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개발되기를 바라며 이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한글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애정과 땀과 눈물이 밑바탕이 됐다는 역사가 기록되기를 기대해 본다.
<상명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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