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환경 유해물질 배출이 많은 분야로 인식돼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유해물질 사용과 발생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구체화되면서 이 문제가 향후 세계 반도체 산업의 구도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세미콘웨스트 기간에 전시회와 함께 열리는 각종 콘퍼런스 가운데 환경과 관련된 교육 행사 및 세미나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반도체업체들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회 개막 하루전인 12일 「반도체 산업의 환경친화적인 설계」 주제의 세미나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행사 마지막날인 18일까지 하루에 1∼3개씩 환경 관련 세미나와 업계간 모임이 끊임없이 개최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국내 반도체업계에 환경문제는 그동안 끝없는 골칫거리였던 통상문제보다 더 심각한 무역 장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선진국들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환경 유해요소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과불화화합물(PFC) 가스는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물질에 포함돼 사용량 감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각종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 강도도 점점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특히 반도체 공정 중 에칭과 화학증착(CVD)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PFC는 대기중에 존재하는 시간이 매우 길고 강력한 적외선 흡수력 때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밝혀지면서 주요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후협약회의에서 PFC를 이산화탄소 등과 함께 지구 온난화 규제물질로 추가하면서 점진적으로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반도체 산업 환경에 관련된 선진국들의 대응 방향은 대체로 PFC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과 PFC 대체 물질 개발 등으로 나눠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기술 개발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문제는 환경 오염물질 사용을 규제하려는 이같은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만만치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신물질이나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어 재료와 장비 분야에 취약점을 가진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환경 관련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재료나 장비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엄청날 것이고 이는 결국 반도체 생산 원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 기간동안 미국과 유럽 및 일본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환경친화적인 신장비들을 대거 출품,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환경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국내업체로는 케이씨텍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가스스크러버를 출품한 것이 유일할 정도로 환경문제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반도체 관련 민, 관 합동기구인 「인터내셔널 세마테크」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환경 관련 연구개발 활동 내용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향후 환경 문제가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들의 환경 관련 활동은 반도체 공정에서의 일반적인 안전관리활동은 물론 사용량 감축 기술, 재활용 기술과 PFC 대체물질 개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CVD 공정에 사용되는 PFC 및 각종 유해화학물질 관련된 연구 개발 활동은 사용량 저감 기술을 비롯해 프로세스 최적화, 대체물질 등 주로 원천기술 개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는 분야는 증착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신물질 개발 작업. 현재 연구 활동이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기존 물질에 비해 70~95%까지 오염물질 방출을 줄일 수 있는 NF3, C3F6, TFAA 등의 신물질 개발이 거의 완료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측도 오는 2009년까지의 PFC 사용량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업계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일본 전자기계공업회 산하에 에칭 개스, 클리닝 개스, 방출량 저감 등 3개 워킹 그룹을 두고 반도체 관련 환경문제 대응 작업을 추진중이다. 특히 PFC 방출 억제를 위한 3단계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 수년 내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관련 규제에 대비하고 있다.
우선 1단계로는 PFC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방출량 증가 비율을 줄이고 2단계로 방출량 감축 및 재활용시스템 도입을 통한 오염 물질 토털 관리시스템을 도입한 뒤 3단계로 새로운 CVD 개발과 PFC대체 물질을 이용한 에칭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환경관련 대응 방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주로 대체 물질 등 원천 기술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장비 기술이나 재활용기술을 이용한 유해가스 방출량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환경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향이 이처럼 상이한 것은 환경 문제가 향후 전세계 반도 체 산업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경 규제의 방법이나 방향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결국 이번 전시회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투자 못지 않게 환경 친화적인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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