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의 4대 연구소장으로 취임한 김춘호 소장은 취임한 지 불과 10일만에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 연구소를 뒤흔들고 있다.
김 소장은 『독립채산제를 다지면서 자율적인 연구활동을 조성하고 조직의 화합분위기를 다지기 위한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조직 및 인사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연구소 축소에 맞춰 조직슬림화와 함께 희망퇴직제 실시 △젊은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31개 부서를 21개 부서로 축소하면서 희망퇴직제 도입과 맞물려 예상외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전임소장 시절 핵심부서를 맡았던 부장을 포함해 팀장급 이상 11명 정도가 보직을 받지 못하고 대기발령을 받았다. 대기발령자들은 대체로 희망퇴직이라는 방식으로 옷을 벗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조직의 화합 차원에서 전임소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한직에 있거나 대체로 중립적인 인사와 노조활동을 벌였던 인물을 발탁, 요직을 맡겨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연구분위기 조성을 위해 젊은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연구소의 실무를 담당토록 함으로써 연구소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 소장은 『젊은 연구원들이 자기책임하에서 연구에 매진함으로써 연구소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 및 인사 개편에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형적 조직인 연구기획본부의 등장으로 자칫 잘못하면 연구소의 운영이 이원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연구소경영혁신연구위원회에서 내놓은 조직개선안에는 연구본부와 연구소장 직속의 사업기획부서로 분리돼 있었으나 중간과정에서 연구본부와 기획부서를 통합한 연구기획본부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신설된 연구기획본부는 연구를 전담하는 6개 센터와 2개의 사업단을 총괄하는 것을 비롯해 연구소 정책기획 업무까지 맡고 있어 소장에 버금가는 연구소의 실세부서가 됐다.
실제로 연구소장 유고시 연구기획본부장이 소장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어 본부장은 소장에 이어 연구소의 2인자로 떠올랐다.
따라서 외부에서 임명된 연구소장이 겉돌면서 연구소는 연구기획본부장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연구소장과 연구기획본부장의 방침이 다를 경우 잦은 마찰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당초 방안과는 다르게 외부의 입김 때문에 연구와 기획부서를 통합하게 됐지만 연구소의 조직이 이원화되지 않게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로 연구소가 노사갈등으로 야기된 분열의 상처를 씻고 명실상부하게 중소 전자부품 업체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연구개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평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원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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