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시스템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 수요처인 의료기관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이 관건이다. 여러 곳에서 사용하다 보면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뭘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의료정보시스템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법제도가 미처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공급자와 사용자 자체의 문제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의료정보시스템 보급 확산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돼 왔던 의사들의 전산화 마인드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실제 서울대병원 조한익 교수(임상병리학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의대 4학년 학생들의 PC 보유율은 지난 93년 약 50% 수준에서 최근 90% 이상의 학생이 한 대 이상의 PC를 보유, 컴퓨터가 생활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들의 전산 관련 능력이 떨어져 정보화로 인한 급격한 진료환경의 변화를 거부하는 사례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병원들이 의료정보시스템을 보는 시각은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장비가 돈을 더 많이 벌어줄 것인가」하는 경제적 효과만을 생각한다면 의료정보시스템이 설비투자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방향은 진료비의 수납업무를 적은 인원으로 편리하게 처리하자는 의도의 원무, 회계 업무 전산화가 우선이었으나 최근들어 병원 고유 업무인 진료와 환자 서비스 개선으로 발전하면서 의료정보시스템이 당장의 이익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는 하다.
실례로 8백병상 규모의 영동세브란스병원은 IMF 관리체제 이전에 연간 8천만원의 의료영상 저장매체 비용을 사용해 왔으나 약 8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미니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인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및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영상저장장치를 도입한 결과 저장 매체를 CD롬으로 교체, 매체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1억4천만원 이상에 달해 투자비용을 1년 안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1천5백병상의 S병원 역시 지난해 말부터 연간 1억2천만원 정도의 저장 매체를 대체하기 위하여 CT 및 MRI 영상저장장치를 도입하여 운영한 결과 연간 2억원 이상의 저장매체 비용 대체효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CT, MRI 등을 다이콤(DICOM)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필름 프린터나 고가의 워크스테이션들을 네트워크 백업 체제로 만드는 등의 부수적인 큰 이익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각종 의료정보시스템도 원활한 업무 및 인력의 효율적 운용, 환자 서비스 개선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제고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계산한다면 투자비용은 2~3년 내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를 구축해 사용하고 있는 병원들의 분석이다.
IBM이 일정 지역 내에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도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일반 병원은 하루 2백달러인데 비해 의료정보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95달러로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들은 환자 한 명을 진료하면 몇 십 만원씩 떨어지는 고가의 영상진단장비들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므로 의료정보화에 뒤쳐지면 경쟁력도 잃는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업체들은 자체 기술력 및 노하우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병원으로부터 애써 수주한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기술력 및 경험 부족으로 삐걱거리는 사례를 심심찮게 봐온 병원 입장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서기 어려울 것임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IMF 관리체제 하에서 병원들이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쉽게 나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각 병원 규모나 실정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 제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로 부각되고 있다.
2015년경 우리나라 가정 곳곳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만나게될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통한 한국형 의료정보서비스」는 재택진료 원격진단 원격임상회의 원격의료교육 의료정보표준화 및 정책과제 등으로 나뉜다. 이같은 한국형 의료정보서비스의 최대 수혜자는 물론 일반국민이다. 가정에 연결된 컴퓨터 단말기만으로 건강에 관한 궁금증 해결과 주치의 상담은 물론 어려운 난치병 환자일 경우 지구촌 곳곳의 일류 의사들에게 직접 자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산업계의 최대 하이라이트로까지 묘사되고 있는 의료와 정보통신간 접목에 국가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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