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쟁력의 잣대가 될 의료정보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것은 병원 및 의사들의 의료정보화 마인드 낙후다. 대다수 병원들이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사업성 있는 부문에만 집중 투자하면서 의료정보시스템분야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다반사다. 이같은 추세는 IMF관리체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IMF 경제체제 이전에 한 의료정보시스템 관련 업체가 자체 조사한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 구축 계획」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병, 의원의 약 90%가 3∼5년내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병원정보시스템(HIS) 등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미국의 존스홉킨스의대 병원과 영상 및 의학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첨단 텔레메디신(영상진료시스템)과 풀(Full) PACS를 구축한 서울삼성병원, X선 촬영장치, CT, MRI 영상을 보라매병원과 교환할 수 있도록 원격 진단시스템 및 부분 PACS를 구축한 서울대병원, 부분 PACS를 구축한 연세대세브란스 계열 병원에 불과하다. 또한 부산 백병원, 고대 안암병원 등 일부 신설 병원이 처방전달시스템(OCS)과 PACS 등 의료정보시스템을 도입했거나 구축중이다.
의사들의 정보화 마인드도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특히 많은 의사들이 의료정보시스템 도입에 따른 급격한 진료환경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어 의료정보시스템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시스템을 보급하는 업체의 문제점도 결코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력 낙후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선진국과 대등하고 일부 특수 분야의 경우 선진국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운용체계, 아키텍처, 엔지니어링 등 핵심 소프트웨어에서의 외국기술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외에도 원격진료의 질, 진료의 표준, 진료 제공자와 소비자의 수용, 비용, 원격진료장비의 표준과 호환성, 원격진료의 평가, 전통적인 방식과 비교 연구를 통한 진료결과 측정 등도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이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각 병원과 기관을 연결할 정보망을 효과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의료정보시스템 표준화를 들 수 있다.
최근 의료정보시스템의 발전은 전자의무기록 방식과 분산시스템의 도입으로 종래의 차트 추적으로 야기되던 혼란을 상당부분 줄였으나 처방전달시스템, PACS, 텔레메디신 등에서 노드간 접속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자료 전송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료의 중복없이 동일한 내용을 서로 다른 노드에서 참조하려면 자료 전달 양식의 표준안을 설정하고 다양한 의료장비의 접속 표준화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용량 정보처리라는 병원 전산화의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HL7(Health Level Seven)」을 중심으로 의료정보 표준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별 연구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HL7」의 제안은 이제까지 병원내에서 획일적으로 행해지던 단순자료의 전달 방법을 탈피, 컴퓨터를 이용한 전산망으로 병원간 자료 전송을 연결하면서 광역 의료정보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HL7의 1차적인 목적은 두 시스템간 자료 전송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행하면서 발생 가능한 전송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표준안을 정립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응용 표준안을 총괄해 산발적이며 제조업 위주로 이뤄진 기존의 의료정보시스템 표준화를 사용자 주도형으로 전환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 법안을 적극 수용해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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