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원작소설 「올란도」를 스크린에 옮겨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여류감독 샐리 포터의 작품. 샐리 포터는 이 영화에서 시나리오와 주연, 감독까지 겸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노래까지 불러 그녀의 화려한 이력이 내재하고 있는 재능을 분출시키고 있다.
영화 「탱고 레슨」은 샐리 포터의 자전적 이야기다. 「올란도」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의 주류가 되고자 했으나 포기해야만 했던 좌절과 공백기에 가졌던 탱고와의 만남이 곧 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는 첫번째 레슨에서 열두번째 레슨까지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레슨은 처음엔 단순히 탱고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것은 삶과 사랑에 대한 레슨과 혼재된다.
패션 디자이너와 모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를 구상중이던 영화감독 샐리 포터는 헌팅을 위해 파리로 가고 그 곳에서 파블로 베론의 탱고 공연을 보게 된다. 샐리는 파블로에게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탱고 교습을 부탁한다. 샐리는 새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하지만 뉴욕에서 할리우드 제작자들을 만나고 난 후 시나리오를 포기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파블로로부터 쇼 공연 파트너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샐리는 그와 함께 탱고 연습에 열중하면서 탱고에 대한 영화를 만들 것을 결심한다. 샐리는 자신에게 탱고를 가르쳐준 파블로와 두 명의 남자 댄서와 함께 영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명 그대로 출연하며 자아의 모습을 반영한다. 영화 감독으로 출연하는 샐리 포터는 물론이려니와 남자 주인공인 파블로 베론 역시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탱고 댄서다.
전체적으로는 흑백영화이면서 샐리포터가 시나리오를 구상중인 스릴러의 화면은 강렬한 원색의 대비로 표현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탱고는 단순한 춤의 의미를 넘어 두 사람의 삶과 사랑, 예술의 표현이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탱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을 울리는 탱고의 명곡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춤의 향연은 마치 탱고의 만찬을 즐기듯 풍섬함이 넘친다.
시나리오만으로 이미 많은 국내의 영화 수입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 영화를 수입하려고 했으나 영화가 만들어진 후에는 흥행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입하기로 되어 있던 회사가 계약금을 포기한 작품이기도 하다. 49세의 나이에 주연을 겸한 샐리 포터가 결코 매력적인 여배우가 아니라는 것도 물론 영화를 외면하게 만든 한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점을 무시할 수 있다면 리듬으로 무장된 감독의 감성과 지성미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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