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00년 PC수요 1천만대.. "노다지" 중국시장을 잡아라

세계 PC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구수 세계 최대인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이 시장의 급성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 그러나 중국시장은 세계 대부분 시장이 소폭의 증가세 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세계 PC업계의 관심이 한층 집중되고 있다.

중국시장은 최근 수년간 실로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중국 정부 산하기관 중 하나인 計算機微電子發展硏究中心(CCID)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시장 PC 출하대수는 3백50만대로, 특히 올해이후 한층 그 증가세가 두드러져 연평균 4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오는 2000년 1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수년간의 중국 PC 수요자 대부분은 기업체들. 이를 반증하듯 지난해 중국 PC시장 총 출하대수 3백50만대 가운데 80% 이상이 업무용 PC였다. 그러나 가정용 PC가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 미만으로 매우 낮으나, 그 성장률 만큼은 최근들어 업무용 PC시장을 웃돈다. 지난해 경우 전년대비 91%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부터는 그 증가세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같은 예측이 가능한 것은 현재 중국 가정용 PC의 보급률이 겨우 2.9%에 불과해 현 중국인구를 감안할 경우 엄청난 잠재 수요가 숨어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실질적인 주체인 업무용 PC의 수요가 줄고 있는 것 또한 아니어서, 업무용 PC 증가세에 인터넷 열풍을 등에 업고 있는 가정용 PC 수요가 본격 가세하게 될 중국PC시장은 PC업체들에 있어 그야말로 노다지임에 틀림없다. 이를 인식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PC업체들은 중국시장 공략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중국시장은 중국 국내업체들과 미국계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 1위 업체는 국내기업인 연상집단으로 점유율 12.5%를 기록하면서 6-7%대인 IBM, 컴팩 등 2.3위업체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계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그 차이가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PC시장의 특이할 만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업계 순위 10위권밖에 있는 점유율 2%미만 기타업체들의 총 점유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직 중국시장의 시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거대한 땅덩어리를 갖고 있다는 특성이 이 같은 현상을 불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중국은 대도시별로 유력 PC업체의 본사가 하나씩 있다. 가장 큰 도시인 베이징에는 점유율 1위업체인 연상집단 뿐 아니라 북대방정, 중국장성계산기 등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으나, 다른 도시의 경우는 상하이 장강계산기, 남경 동창집단, 복주 실달집단, 심양 화광집단, 서안 해성집단이 둥지를 틀고 그 지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지역적 현상은 PC시장이 정착단계에 이르면서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PC업체들은 최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업계 2위업체인 동창집단은 95년말 조직된 신흥기업으로, 기술력과 스피드경영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늘려왔다. 이 회사는 연상집단과 마찬가지로 인텔과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맺고 있어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PC를 다른 선진 국가들과 거의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놓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 회사는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제3세대 PC」라는 생산 방식이 그것으로, PC가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일부 주요 부속만의 기술 진전에 의해 진전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 주기판을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포함하는 「항상 변화하는 부분」과 그외의 「변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눠, 신형 마이크로프로세서 출시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을 교체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미 시제품 생산을 끝낸 상태로, 곧 양산 단계에 들어간다. 이에 발맞춰 지금까지 대만업체에 위탁해 왔던 주기판 생산을 올해 안에 상하이의 경재개발특구인 포동에 설립하는 자사공장을 통해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업계 톱업체인 연상집단도 그룹 차원에서 PC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PC분야를 담당하는 연상전뇌, 시스템인테크레이션(SI)를 담당하는 연상집성계총, 주기판 생산을 담당하는 연상QDI집단을 비롯한 총 6개 자회사에 대한 업무 분담을 실시했다. 또 미국의 주요 네트워크기기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와도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는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한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상집단은 이를 통해 2000년 시점에서 점유율 현상 유지를 기대하고 있는데, 향후 중국PC시장의 성장세와 그에 따른 치열한 경쟁구도를 감안할 때 점유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한 매출 확대가 요구된다.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연상집단으로부터 점유율 1위자리를 빼았으려는 미국계 PC업체들의 공략도 집요하다. 중국시장 외국계 점유율 1위, 전체 점유율 순위 2위인 IBM은 지난 94년 중국 국내업체인 장성그룹과 합작으로 심천에 생산자회사 IIPC를 설립, 데스크톱 PC 압티바시리즈를 공급하고 있다. IBM은 지금까지 수요가 높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으나, 최근에는 사무실 밀집지역이 아닌 무한, 성도, 서안 등 내륙지역에도 판매사무소를 설치해 전면적이고 세밀한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 중국 PC시장 공략의 핵심 포인트는 「서비스」라는 판단 아래 지난 96년에는 철도청과 제휴해 「블루 익스프레스」라는 서비스 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블루 익스프레스는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철도망을 이용해 70개 도시 주요 역에 설치한 PC 보수, 유지 센터로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M은 이 밖에도 올 4월에는 전화로 PC 보수, 유지를 지원하는 「헬프센터」도 개설했다.

중국시장 점유율 3위인 컴팩은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IBM에서 활약하던 중국계 고위인사를 자사로 끌여들어 본격적인 판로 개척에 나선 컴팩은 최근 중국 현지업체와의 포괄적 제휴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대상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올 후반까지는 선정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컴팩은 현재도 사통집단과 합작으로 데스크톱 PC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제휴하는 중국업체와는 생산 뿐 아니라 판매면에서도 협력해 같은 스팩의 PC를 중국업체와 컴팩이 각각 다른 브랜드로 출하하는 「더블 브랜드 방식」을 채택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외국자본이 참여할 수 없었던 중국정부관련 PC입찰에 제휴처의 중국브랜드를 내세운다는 것이 컴팩의 전략이다.

이처럼 중국 PC시장에 대한 미국계 업체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계 업체들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시장점유율 10위권내에 들고 있는 에이서와 최근 몇 년간 부쩍 중국현지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 NEC, 도시바 등이 대표적인 아시아계 업체로, 그러나 아직은 미국계업체들에 모든 면에서 밀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중국시장이 향후 세계 최대의 PC시장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 불과해 앞으로 세계 각국 PC업체들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시장구도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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