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들의 상당수가 인체에 유해한 벤젠, 톨루엔 등 유기용제를 취급하면서 환기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해 여성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와 「노동과건강연구회」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 인천, 광주, 마산, 충북 등 27개 중견 전자업체 여직원 6백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최근 발표한 「유기용제 사용과 건강실태」란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용제 사용공정에서 별도의 환기장치가 제대로 가동하고 있다고 밝힌 근로자는 28.2%에 불과한 반면 환기장치는 있지만 고장이 자주 일어나고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11.1%였고, 비가 올 때나 겨울에는 작업장의 창을 닫고 일한다는 근로자가 30.1%에 달했다.
이와 함께 유기용제 사용공정이 독립돼 있지 않다는 응답이 70.9%로 조사돼 유기용제를 직접 다루지 않는 근로자들까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관련 신체적 증상에 대해서는 「집중력 장해」(62%), 「정서 불안정」(60.8%), 「수면장해」(35.4%), 「전신의 나른함」(79.7%), 「이유없는 짜증」(74.8%), 「잦은 피로」(60.4%) 순으로 나타났다. 월경의 주기나 양이 변했다는 응답자도 41.3%였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유기용제인 「2-브로머프로판」의 경우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생리중단, 골수기능 저하에 따른 악성빈혈 등 심각한 증상을 가져온다』면서 『유기용제는 한번 중독되면 건강문제는 물론 후세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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