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시장 상반기 환경변화 (5);이동통신분야

상반기 이동통신단말기 유통업계는 「규모의 경제」와 「선순위 차지」를 위한 서비스사업자들의 영역다툼으로 유통질서가 와해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기존 SK텔레콤, 신세기통신 등 휴대폰업체들에 이어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판촉활동을 강화하면서 일선 대리점가의 가격질서 파괴는 물론 전속 대리점의 「탈 전속」이 가속화하는 현상을 보였다.

상반기 단말기 유통의 큰 흐름은 역시 사업자들의 가입자 유치경쟁에 따른 보조금 과다지원으로 대표된다. 사업자들은 질적인 부문은 뒤로 미룬채 양적 성장을 위주로 정책을 펴나갔다. 이를 위해 사업자들은 대리점간 경쟁을 부추겨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과열경쟁에 따라 지난 6월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이 5백13만3천5백55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신세기통신은 1백50만3천6백97명, 한국통신프리텔은 1백33만5백명, LG텔레콤은 1백23만1천3백55명, 한솔PCS는 86만8천93명의 가입자를 각각 확보했다.

이처럼 가입자 확보를 둘러싼 경쟁과정에서 이동통신단말기 유통체계는 크게 왜곡됐다. 일선 대리점의 실제 판매가격이 구매가보다 턱없이 낮아졌으며 일시적으로 시중에 공짜 단말기가 나돌기도 했다. 사업자들이 개통촉진장려금과 유치수수료, 그레이드장려금(볼륨인센티브) 등 각종 명목을 달아 가입자 1인당 30만원~4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후발 주자인 PCS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기대되는 가입자 1백만명을 먼저 달성하기 위해 다수의 고객을 한꺼번에 유치하기 위한 특판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하면서 단말기 유통시장은 혼란이 가중됐다.

대리점의 유통체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보다도 「그레이드장려금」이라고도 불리는 「볼륨인센티브」다. 일정 수량 이상을 판매하는 대리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법인데 한 가입자당 많게는 9만원까지 지급, 대리점들이 보다 많은 수량을 주문하고 가입자를 확보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또 한가지 대리점에 「당근」으로 작용한 것은 고객관리 수수료. 고객이 사용하는 요금의 5~7%를 대리점 몫으로 주는 것이다.

이 그레이드장려금과 수수료 때문에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점차 대형화됐다. 이와함께 대형점의 많은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하위 대리점과 수탁점, 도매점의 증가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대형점과 관련된 도매점 급증은 「이중개통」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대형점이 특정 사업자의 단말기를 공급받아 도매업자에게 판매하면 이 도매업자는 다른 사업자에게 실개통을 함으로써 도매업자도 장려금을 타내는 것으로, 두 사업자 가운데 한 사업자는 요금도 발생하지 않는 단말기에 대해 장려금만 지급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적발한 사업자들은 이중개통을 한 대리점들에 대해 장려금 환수에 나섰으며, 이에따라 대리점간 손해보상 소송도 잇따르는 등 이동통신 유통시장이 난맥상을 보였다.

한편 4월들어서면서부터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유통체계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동통신 5사가 협의해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지나친 출혈경쟁은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조금 축소방침은 구두선에 그쳤으며 상반기에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자들은 다른 방법으로 유통체계 개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우수고객 비율이나 수납률 등에 따라 고객관리수수료율을 차등적용해 일선 대리점들이 우량고객을 유치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와함께 사업자들이 대리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직영체제 구축에 나서자 일선 대리점가에선 「토사구팽」이란 지적도 흘러나왔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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