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의 해외지사와 법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다른 지사나 법인의 영업지역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성을 사고 있는 지사나 법인 중에서 으뜸은 동남아지역의 싱가포르나 중남미의 파나마, 중동의 두바이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곳들이다.
그 이유는 이 세 곳이 세계의 물류창고이자 상거래가 가장 활발해 거래하는 바이어 수도 많고 이들 바이어의 성격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파나마, 두바이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거미줄 같은 물류망을 거쳐 세계 곳곳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싱가포르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이 지역을 제품조달기지로 삼고 있는 수많은 바이어들에 의해 인근 동남아는 물론 중국이나 유럽, 미주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파나마 물량 역시 중남미와 북미는 물론 대서양을 넘어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태평양을 넘어 아시아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두바이지역 또한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동유럽지역의 제품공급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같은 월경현상은 본사 차원에서 보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역을 분할해 해당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지사나 법인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고객을 빼앗기는 셈이 된다. 특히 최근처럼 실적에 따라 생사가 판가름나는 냉엄한 현실에서는 더욱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들어 본사에는 이같은 월경행위에 불만을 표시하고 자제나 금지를 호소하는 지사나 법인들의 목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사는 각 지사나 법인들이 고의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월경시키는 행위는 엄격히 관리할 수 있지만 판매자들마저 바이어들이 어디에 물건을 파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의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경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도 일리는 있지만 해당 지역의 지사나 법인들이 수많은 바이어들의 판매처가 어디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제품을 공급할지 안할지를 결정하기는 상거래 관행으로 볼 때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또한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세계 상거래 중심지역은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몰려드는 바이어들을 잘만 이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월경을 금지시킬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본사 관계자들은 『월경으로 인한 지나사 법인들간의 알력은 글로벌 경영의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겠느냐』면서도 『그러나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원만한 해결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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