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지키기본부, "한컴 인수" 공식 제의 배경과 전망

●…한글지키기운동본부가 한글과컴퓨터의 인수를 공식제안함에 따라 이찬진 한컴 사장의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한컴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다양한 변수가 등장했지만 이제는 전적으로 이찬진 사장이 선택해야 할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찬진 사장은 선택을 위해 여러 변수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글지키기운동본부가 제안한 인수방안이 과연 현실성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평가문제다. 한컴은 이에대해 우선 제안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운동본부는 한컴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1백억원은 이미 확보된 상태이기때문에 현실성 문제를 의심할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변수는 MS측 제안을 포기하는 데 따른 득실문제다. 이찬진 사장이 MS와 계약할 경우 한글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서는 MS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분야가 많은 것이 사실.

아울러 이미 발표한 MS와의 약속을 파기하는데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한글포기를 철회하라는 여론의 강한 압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도 변수다.

특히 각계로 번지고 있는 여론은 한컴입장에서도 「예상한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기 때문에 이찬진 사장에게는 큰 중압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한컴측이 운동본부가 어떤 사전제안 없이 오늘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무척 당혹해하는 것도 사실은 MS를 선택했을 때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2백억 조달 가능한가.』 한글살리기운동본부가 당장 필요한 1백억원 등 총 2백억원을 조달, 한컴을 인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운동본부가 제시한 자금조달 방안의 실현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는 단순히 일반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모금으로 자금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고 모든 기업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IMF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운동본부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본부는 이와관련 이미 1백억원이 확보된 상태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1백억원을 추가 조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운동본부측은 나머지 1백억원은 당장 필요한 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1만원모금운동과 국민주갖기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추가로 받아들이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통부가 한컴-MS계약 지지를 선언하기 전 일부 대기업이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최근 한글살리기운동의 높은 참여율을 감안하면 시장성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한컴의 인수가 확정되면 다른 기업들이 추가로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민화씨가 이끄는 벤처기업협회의 소속 벤처기업들의 참여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이민화 메디슨 사장이 직접 투자하느냐 여부가 중요한 관심거리다. 이민화 사장은 이번 한글살리기운동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이 사장의 직접투자 여부는 한글을 그냥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의지가 있느냐를 판단하는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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