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PC100」의 등장으로 고성능 PC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단순히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주파수 향상을 의미하는데 그쳤던 「PC 고성능화」라는 용어가 주기판, 메모리 등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의 성능 향상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고속 기술에 대응하는 PC업체, 보드업체, D램업체간 기술 격차에 따라 업계 세력 구도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의 PC 고성능화 역사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고속화 추세와 완전히 일치한다. PC의 성능 우위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동작주파수 차이로 결정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PC 고성능화를 마이크로프로세서 성능 향상에 의존하는 시장 전개는 이제 한계에 부딪쳤다.
인텔은 기본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고속화 트랜드를 구상해 놓고 이를 꾸준히 진행시켜 왔다. 인텔의 계획대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고속화가 추진되면 2천11년에는 동작주파수가 10GHz에 이른다.
그러나 주기판의 고속화 속도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주기판의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속도에 대응하는 특별한 배선 설계가 필요한데 이럴 경우 주기판의 단가가 크게 높아져 버린다. 이런 이유로 관련 업계는 주기판의 고속화를 차일피일 미뤄 왔고, 그 결과 주기판과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이에는 큰 격차가 형성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처리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메모리 등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가 늦다면 시스템은 데이터를 빨리 처리할 수 없다. 따라서 주기판과 마이크로프로세서간 격차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고성능화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스템의 성능 하락을 가져 온다.
이를 우려한 인텔이 2가지 해결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버스 아키텍쳐를 제안하는 것으로 2차 캐시 메모리와 그래픽스 컨트롤러에 액세스 전용 버스를 각각 설치함으로써 실질적인 데이터의 처리속도가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안은 메모리 사양의 규격화다. 이것이 바로 PC100으로 PC 고성능화의 전환점을 마련한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PC100 규격은 1백MHz동작 버스에 대응하는 메모리 사양과 메모리 모듈의 보드 배선 사양 등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PC 고성능화는 이같은 주변 기술 대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주기판의 버스를 고속화하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의 갭을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지한 PC업체들은 PC100을 계기로 주기판의 고속화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기판은 버스 동작주파수가 66MHz에서 1백MHz로 향상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고속화될 전망이다. 내년 후반 2백MHz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금까지와 비교해 2배 이상 빠른 성장속도다.
이에 맞춰 주기판과 메모리의 기본 설계도 고속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주기판의 경우는 고속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배선 설계가 대폭 변화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용 부품수가 크게 늘어나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때문에 PC업체들로서는 저가화와 고속화를 얼마나 적절하게 병행해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해 나갈 것인가가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된다. 이같은 변화는 또 PC업계와 보드업계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PC 성능의 핵심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인텔 전략에 따라 사업 방향이 결정돼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주기판은 발전된 기술을 요하는 품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했다. 이 영향으로 PC업계에는 전세계에서 비슷비슷한 부품을 모아 조립 생산하는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기술 경쟁보다는 가격 경쟁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 주기판의 고속화 경향은 이같은 상황을 타파하는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주기판이 PC 고성능화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보드 설계 기술을 포함한 시스템 설계의 기술적 차이가 확연히 들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메모리 설계의 고속화도 빠르게 진행된다. 이 영향으로 메모리 버스의 클록주파수가 1백MHz로 고속화되는 PC100과 그 이후 시대 D램 개발은 성능추구형과 가격추구형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3차원 그래픽 화상과 동영상의 고속 전송을 목적으로 하는 성능 추구형 제품과 저가를 요구하는 제품에 사용되는 D램이 분명하게 구분될 것이기 때문이다.
D램업체들은 이같은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시류에 편승하지 못할 경우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 가격 추구형 D램의 주역은 기존 인터페이스를 답습한 싱크로너스 D램이 당분간 그 자리를 굳건히 할 전망이나 성능 추구형 D램시장은 향후 혼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D램업체들로서는 1백MHz로 동작하는 「PC100」 대응 싱크로너스 D램분야에서 인정받는 것이 우선 급하지만 1백MHz를 넘는 차세대시장을 겨냥해서는 메모리 인터페이스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고속화 경향에 맞춰 적절한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심규호 기자>
국제 많이 본 뉴스
-
1
'오징어게임2' 엇갈린 외신 반응 “날카로움 잃었지만…”
-
2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3
'아기 매머드' 5만년 전 그대로 꽁꽁 얼었다
-
4
'파나마 운하' 달라는 트럼프, 그린란드 또 눈독… “파는 거 아냐”
-
5
'38명 사망' 아제르바이잔 비행기 추락 사고, 원인은 새떼?
-
6
브라질서 56m 크리스마스트리 폭삭…3명 사상 [숏폼]
-
7
골 넣자 단체로 파시스트 경례한 관중들…왜? [숏폼]
-
8
中, '가짜 배' 착용하고 만삭 사진 찍는 유행? [숏폼]
-
9
“그 얘기 들었어? 파하하” 박장대소 물개… 올해의 가장 웃긴 야생동물은?
-
10
日 가상화폐 거래소 폐업에도 북한이?... “4500억 비트코인 유출 정황”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