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안철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

SEK98, WWE98은 최근의 IMF 긴급구제금융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외형과 내용면애서 예년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다시 한번 정보산업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전시회임을 확인시켜줬다.

SEK의 진가는 뭐니뭐니해도 지난 12년 동안 한국 정보산업계의 기술과 시장흐름의 바로미터가 돼 왔다는 점일 것이다. 모든 업체들이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90년대 이후 대다수 업체들은 해마다 SEK가 열리는 6월 발표를 목표로 신제품을 개발했다. 실제로 90년대 유명 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들 거의 모두가 SEK를 통해 발표됐다. 올해도 이런 전통이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SEK를 예년 수준으로 열리게 해준 주최측에 대해 성원을 보낸다. 하지만 그보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 1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을 발표하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에 더 많은 성원을 보낸다.

어느 분야에서건 전시문화나 그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이나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공개된 장소에서 평가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전시회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회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정보산업계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비지니스 기회를 찾게 해주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SEK개막식에 참석했던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이 우리 나라 기업들은 기술은 있는데 마케팅 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연구소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게 돼 SEK98, WWE98을 집중적으로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최근까지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전시회를 참관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구체적으로 거론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우리 생활문화나 기업환경의 특성들이 정보기술 속에 그대로 녹아든 창의적인 제품들을 대거 출품한 것을 보았다. 상품화 과정에서 약간만 보완한다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수작들이었다. 그러나 출품업체들이 영세하고 전시회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자신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데는 어쩐지 서툴다는 느낌도 함께 받았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기업이나 자본가들이 바로 이런 숨어 있는 보석들을 전시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굴해 달라는 점이다. 더욱이 올해 SEK는 유난히도 벤처기업들의 참가가 많았던 전시회이다. 참가업체들이 물량위주의 부스를 꾸미고 현란한 이벤트를 벌였던 공간으로서 우리나라의 전시회가 이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여 나아가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SEK은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치러진 만큼 참가업체, 관람객, 그리고 자본가들에게 관심과 기대가 컸으리라고 짐작한다. 관심과 기대가 컸던 만큼 결실도 크리라고 믿는다. 대기업과 자본가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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