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 대만 수출 "빨간불"

국산 반도체 장비의 대만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국산 장비의 대만 수출이 당초 기대와 달리 샘플 제공 수준을 넘지 못하고 본격적인 양산 제품 공급은 계속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같은 국산 반도체 장비의 대만 수출 차질은 최근 국내 반도체 설비 투자의 격감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들에 또다른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 장비업체인 J사의 경우 이미 지난해 대만지역 소자업체와 수백만달러 어치 상당의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1대의 장비만 샘플로 제공한 채 아직까지도 본격적인 제품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장비업체인 H사도 최근 대만업체와 장비 공급 계약 과정에서 샘플 제품의 성능이 우수 판정을 받는 등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던 계약이 별다른 이유 없이 돌연 취소되는 바람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반도체 관련 단체가 공동 주최한 「대만시장 진출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일부 대만업체들이 제품 공급을 미끼로 각종 기술 자료만을 챙기고 이를 자체 국산화 계획에 활용하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충격을 주었다.

또한 국내 C장비업체 S사장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시장 위축으로 미국 및 일본 장비업체들도 대만지역에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산 반도체 장비의 수출 경쟁력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지난해 발생한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으로 한국업체들의 대만 반도체업계의 인식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인 데다 최근의 엔화 하락 사태까지 겹쳐 국산 반도체 장비의 대만 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장비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제반 요인 외에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인 시장 개척 활동을 펼치는 외국업체들과 달리 외국시장에서조차 과당 경쟁을 일삼는 국내업체들의 영업 행태도 대만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라고 지적했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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