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는 리얼타임 3D게임의 전성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에는 뛰어난 플롯, 아기자기한 캐릭터, 환상적인 그래픽 등 히트요소가 한두가지만 있다면 2차원 게임으로도 히트작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어드벤처나 롤플레잉(RPG) 마니아들은 영화속 제임스 본드처럼 3차원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모험을 즐기고 싶어하고, 전략시뮬레이션 팬들은 전쟁 지휘관이 느끼는 공포를 게임속에서 체험하기를 바란다. 요즘 게이머들은 한마디로 실감나는 PC게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플레이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메이저 게임유통사들은 앞다퉈 리얼타임 3D 신작 타이틀 확보에 나섰다. 알고 보면 리얼타임 3D란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콘셉트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도 힘든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게이머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잘 만든 3D 엔진이 되려면 대략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물이 공간내에서 제약없이 이동하도록 해주는 「BSP트리」, 복잡한 건물을 분할해 세밀하게 묘사하는 「포탈 렌더링(Portal Rendering)」, 리얼타임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적절하게 빛과 그림자 효과를 내는 「라이팅 텍스처(Lighting Texture)」가 그것이다.
위의 세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한 게임엔진 개발업체는 현재 아이디소프트 한곳뿐이다. 이 회사는 지난 96년 1인칭 액션게임 「퀘이크」에서 이미 뛰어난 리얼타임 현실감을 제공해 마니아들을 매료시켰다. 실제로 아이디소프트는 리얼타임 3D게임의 종가나 마찬가지다. 퀘이크 이전에 내놓은 작품 「둠」은 BSP트리 기법이 부족하긴 했지만 수평과 수직 폴리곤만을 이용해 계산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감나는 3차원 효과를 만들어내 본격적인 리얼타임 3D게임의 지평을 열었다.
어드벤처게임 「미스트」 「레이븐」, RPG게임 「울티마 나인」 「마이티 앤드 매직6」, 전략시뮬레이션 「미스」 「베틀 존」, 스포츠게임 「피파98」 등도 잘 구현된 리얼타임 3D게임으로 손꼽히지만 역시 「퀘이크」보다는 한수 아래다.
한편 아이디소프트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회사는 에틱메가게임즈. 지난해 「퀘이크」를 기술적으로 앞서는 엔진개발을 선언하고 「언리얼」이라는 신작 타이틀을 준비중이다. 그밖에 많은 벤처기업들이 메이저 유통사의 후원아래 이 두 회사를 뛰어넘는 강력한 3D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리얼리티 위버사가 지난해 10월부터 독자적인 3D 게임엔진을 세트업시켜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바이오캅 윙고」를 개발중이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기보다 조건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퀘이크와 언리얼의 엔진을 라이선스해 신작 게임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많다. 과연 어떤 작품이 앞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실감나는 리얼타임 3D가 히트작 게임의 기본조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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